본문 바로가기

[시론] 전대미문 한·일 갈등, 결국 피해는 양국 국민이 본다

중앙일보 2019.07.16 00:15 종합 29면 지면보기
장제국 동서대 총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한·일 관계가 전대미문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한국 기업, 나아가 한국 경제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다. 이제 시작이라며 준비된 공격 재료는 많다고 은근히 위협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일본에도 만만치 않은 악영향이 있을 거라며 반격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한쪽의 일방적 승리 있을 수 없어
양국 채널 총동원해 수습 나서야

그러는 사이 국민감정은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 일각에서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나 일본여행 자제 운동을 벌이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직격탄을 맞을 경제계는 그야말로 전전긍긍한다. 종군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과거사 문제로 시작된 양국의 불협화음이 급기야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은 다음 세 가지를 되새겨봐야 한다. 첫째, 경제 규모 기준으로 각각 세계 10위와 3위인 한국과 일본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자성이다. 강제징용 판결은 사법적 판단이니 행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다며 사실상 방치하거나 방관해온 태도는 옳지 않다. 상대방이 해결책을 가져오라는 식으로 팔짱 끼고 압박하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라마다 국익이 다르니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조정하고 충돌로 이어지지 않게 하라고 외교가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이유를 막론하고 양국의 외교는 경제 대국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둘째, 양국 간 문제를 정권 차원의 이해득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반일(反日)을 해서 국내정치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일본도 반한(反韓) 감정을 이용하면 다가올 참의원 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민족 감정을 자극하고 이용하는 정치는 건전하지 못하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권은 짧지만, 양국 국민이 받는 피해는 오래갈 수밖에 없다.
 
셋째, 결국 미국이라는 제삼자의 개입이 없으면 양국의 갈등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줄 참인가 하는 개탄이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의 동맹국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한·일 관계는 중요하다. 그래서 미국이 한·일 갈등을 중재한 과거 사례가 많이 있다. 멀게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도 따지고 보면 냉전 시대 전략을 염두에 둔 미국의 외압이 작용한 결과다. 가깝게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도 미국의 개입으로 ‘부자연스럽게’ 정리됐다는 설이 많다. 한·일 갈등이 더 악화해 미국이 개입하면 문제는 봉합되겠지만 한·일 양국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또 하나의 씁쓸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 주권국가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은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정부의 핵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당국자 간 직접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비공개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고, 외교적 해결책 도출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쪽의 일방적 승리는 있을 수 없다.
 
둘째, 기존 한·일 채널을 총동원해 현 상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상황 수습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한·일 재계회의, 한·일포럼, 한·일비전포럼, 한·일협력위원회, 한·일의원연맹, 한·일경제인회의, 한·일친선협회 등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 사태수습을 위해 자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서로의 잘잘못을 공개적으로 따져봐야 감정만 더 상할 뿐 해답이 나오기 힘들다. 이런저런 거대담론은 잠시 접어두고 사태수습을 위해 얼굴을 마주할 때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