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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57분의 혈투, 최후의 승자는 조코비치

중앙일보 2019.07.16 00:05 경제 6면 지면보기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가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5시간 가까운 접전 끝에 꺾고, 2년 연속 우승했다. 윔블던에서 통산 5회 우승한 조코비치가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가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5시간 가까운 접전 끝에 꺾고, 2년 연속 우승했다. 윔블던에서 통산 5회 우승한 조코비치가 트로피에 입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길이 남을 경기였다(A match for the ages...)’. 윔블던 테니스 대회 조직위원회는 1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세계 1위)와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의 남자 단식 결승전을 이렇게 총평했다. 조코비치가 세트 스코어 3-2(7-6, 1-6, 7-6, 4-6, 13-12)로 이기고, 2년 연속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235만 파운드(34억7000만원)다.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최장시간 경기 끝 페더러 꺾어
매치포인트서 내리 4점 역전승
메이저 16승, 페더러와 4승 차

올 초 호주오픈에서도 우승한 조코비치는 이번 시즌 두 차례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16승(호주오픈 7회, 프랑스오픈 1회, 윔블던 5회, US오픈 3회)이 됐다. 메이저 남자 단식 최다 우승은 페더러의 20승이다. 2위는 라파엘 나달(33·스페인·2위)의 18승이다.
 
결승전은 4시간 57분이나 이어졌다. 윔블던 결승전 사상 최장시간이다. 종전 기록은 2008년 라파엘 나달과 페더러의 4시간 48분. 당시에는 나달이 3-2로 이겼다.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윔블던 결승에서 세 번째 만난 건데, 올해 경기 시간이 가장 길었다. 2014년에는 5세트 3시간55분, 2015년에는 4세트 2시간 55분이었다. 모두 조코비치가 이겼다.
 
올해 결승전이 앞서 두 차례보다 더 길었던 건 타이브레이크 접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코비치가 따낸 1, 3, 5세트가 모두 타이브레이크 접전이었다. 반면 페더러는 2, 4세트를 따냈는데, 타이브레이크에 가기 전 비교적 손쉽게 세트를 따냈다. 이 때문에 세부 기록만 보면 페더러가 앞섰다. 서브 에이스는 25-10, 공격 성공도 94-54로 페더러의 우위였다.
 
조코비치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기기 힘들어 보이는 경기를 기어코 뒤집었다. 5세트 막판, 조코비치는 게임 스코어 7-8로 뒤졌다. 페더러의 서브 게임이었는데, 스코어도 15-40으로 뒤지고 있었다. 요컨대 페더러가 매치포인트를 앞두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페더러의 범실이 나왔고, 조코비치는 끈질긴 스트로크로 내리 4점을 뽑아 승부를 뒤집었다. 결국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간 조코비치는 우승을 쟁취했다. 조코비치는 71년 만에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에 몰렸다가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조코비치는 “가장 중요했던 세 번의 타이브레이크에서 이기면서, 인생 최고의 경기가 됐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승 톱5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승 톱5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이날보다 더 긴 경기를 한 적이 있다. 2012년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나달과 만나 5시간 53분 접전 끝에 우승했다. 조코비치는 그 경기를 회상하며 “나달과 6시간 가까운 경기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오늘 페더러와 경기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페더러를 향한 1만 5000여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때문이다. 관중은 38세 노장 페더러의 우승을 원하는 분위기였다. 페더러가 점수를 올리면 만세를 부르며 일어나 환호했다. 조코비치 득점 때는 조용했다. 특히 페더러의 매치포인트가 되자 관중은 검지로 ‘1점’을 표시하며 환호했다. 심판이 “신사 숙녀 여러분, 플리즈”라고 수차례 외쳤다.
 
조코비치는 외로운 싸움을 했다. 평소엔 경기가 안 풀리면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표출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관중 소리가 커질수록 냉정하려 애썼다. 조코비치는 “엄청난 응원 소리를 의식하지 않는 것은 어려웠다. 관중이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서 힘을 찾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 조코비치는 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다.
 
페더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한 뒤, 조코비치의 우승을 축하했다. 페더러가 만약 우승했다면 만 37세 11개월의 나이로 우승하는 건데, 이는 프로 선수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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