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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한 올도 생생, 다큐 같은 CG…25년 만의 ‘왕의 귀환’

중앙일보 2019.07.16 00:02 종합 23면 지면보기
실사판 ‘라이온 킹’. 첨단기술이 만들어낸 자연이 실제처럼 보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실사판 ‘라이온 킹’. 첨단기술이 만들어낸 자연이 실제처럼 보인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흑인 에리얼(‘인어공주’)도 여자 술탄(‘알라딘’)도 없다. 이런 파격 대신 화면을 수놓는 건 사파리 체험을 방불케 하는 사자의 금빛 갈기와 물소떼의 뜀박질, 그리고 초원과 태양. 아프리카 줄루어로 시작하는 OST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이 흐르고 늠름한 아버지와 사고뭉치 아들이 대비된다. 시청각 경험은 생생하게, 스토리와 메시지는 익숙하게. 25년 만에 돌아온 ‘라이온 킹’(17일 개봉) 실사 CGI(computer-generated imagery) 버전은 이렇게 ‘왕의 귀환’을 알린다.
 

실사영화 ‘라이온 킹’ 17일 개봉
원작 서사 반복 … 몰입도 떨어져

‘실사’ 영화라지만, 등장인물, 아니 등장동물 중에 실제 동물은 없다. 새의 날갯짓, 날리는 흙먼지, 뚝뚝 떨어지는 불똥까지 모든 장면이 CGI다. 바위 위를 살살 기는 곤충의 움직임과 이를 노려보는 심바(도날드 글로버, 이하 목소리 출연)의 솜털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한 장면 같다. 제작진이 아프리카에서 직접 관찰한 자연 풍광과 동물들 움직임을 첨단 기술에 힘입어 실제처럼 재현해냈다. 첫 장면부터 ‘이것은 애니인가 다큐인가’ 싶다. 연출을 맡은 존 파브로 감독조차 “(이 작품 장르를)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자신이 “새로운 매체를 발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2D ‘라이온킹’은 1994년 개봉해 20세기 작품으론 유일하게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0위권(9위)에 올라 있다.
 
2019년 버전과 1994년 버전에 서사 차이는 없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최첨단 기술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 포부대로 2D를 그대로 CGI로 옮겼다. ‘삼촌의 음모로 아버지를 잃은 왕자가 트라우마를 딛고 왕위 되찾기에 나선다’는 ‘햄릿’스러운 성장 신화가 반복된다. 익숙하기에 편안하고 그래서 진부하다.
 
어린 심바가 아버지의 큰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갖다 대는 장면에 이어 부자가 석양을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뒷모습이 서정성의 백미다. 사실적 재현에 주력하다보니 애니메이션의 풍부한 표정이 사라져버려 후반 몰입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누군가는 풍족한 삶을 누리고 누군 어둠 속에서 평생을 보내지” 하며 삶의 불공평을 토로하는 악역 스카는 원작보다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영화 ‘노예 12년’의 주연 치웨텔 에지오포의 목소리 열연에 힘입었다.
 
“기억해라! 네가 누군지”하고 다그치는 무파사의 목소리는 원작 애니매이션에서도 활약했던 제임스 얼 존스가 맡아 중후한 변화를 느끼게 한다. 25년 새 성인이 된 관객이 삶의 무게를 반추하며 자녀보다 혹할 듯싶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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