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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UAE 원전 정비 ‘원팀 코리아’ 보여주자

중앙일보 2019.07.16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

지난달 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전KPS 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장기 정비서비스 계약(LTMSA)을 맺었다. 그런데 격려의 박수 대신 질책이 이어진다.
 
필자는 30년 이상 해외사업을 경험하고 바라카 원전의 시운전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중견기업의 경영자다. 이것만은 꼭 알려서 국익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APR 1400’이라는 3세대 원전을 UAE에서 수주한 것은 첨단기술 개발의 쾌거였다. 우리는 바라카 원전 정비공사를 장기정비계약(LTMA) 형태로 보장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런 계약은 글로벌 관행으로 볼 때 극히 드문 형태다.
 
LTMA를 기대하게 한 중간 과정은 있었다. 초기에는 UAE 측이 LTMA 형태로 한전KPS와 협상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UAE 측이 한전KPS와 대화를 중단했다. 당시 한전KPS의 대응력 부족인지, UAE가 구사한 고도의 협상술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틈을 영국과 미국 업체가 파고들었다. 그즈음 문재인 대통령의 UAE 국빈방문이 이뤄졌다. 이때 우리 정부가 한국 기업의 참여를 강하게 요청했고 UAE 측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한수원을 포함한 3개국 기업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시작됐다. 한수원과 한전KPS에도 경험이 풍부한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하고 전담팀이 꾸려지면서 UAE 측의 신뢰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UAE는 철저히 자국 이익 중심으로 판단했다고 본다. 우리의 탈원전 정책 때문은 아닐 것이다. LTMA와 LTMSA의 차이는 책임과 권한이 누구에게 더 귀속되느냐다.  UAE 측은 초기 리스크를 부담하더라도 자국의 정비 능력을 자립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한 것이라고 본다. 주기기는 분리해 두산중공업과 정비서비스계약(MSA)을 맺은 것이 그 방증이다.
 
바라카 원전은 신고리 3, 4호기처럼 수명이 60년 이상이다. 단기이익 추구보다 장기 신뢰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러자면 첫째, 고급 인력을 투입해 초기부터 우수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원팀 코리아’는 공기업·민간기업 구분하지 말고 제일 잘하는 분야로 구성해야 한다. 셋째, 정책은 정부에게 맡기고 한수원과 기업들은 실무만 집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40년 이상 원전을 운영해 오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효율이 높고 고장률이 낮으며 심각한 사고는 한 번도 없었다. 이번과 같은 성과에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줘야 더 신나게 국익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다.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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