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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저임금 8659원 될 뻔했다···공익위 최대 3.7% 인상준비

중앙일보 2019.07.15 12:57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등 공익위원들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8590원을 결정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등 공익위원들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8590원을 결정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으로 최대 시급 8659원을 책정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올해(시급 8350원)보다 3.7% 인상된 금액이다.
 

공익위원, 3% ±0.7%에서 최저임금 플랜B 마련
노사가 최종 투표안 안 냈으면 이 선에서 결정
민주노총 추천 최저임금 근로자 위원 4명 사퇴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15일 자 B3면)에서 "플랜B가 있었다"며 "정 안 되면 노사와 공익위원이 각자 안을 내고 자유 투표를 할까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안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공익위원 안, 노사 최종안 나와 제시 안 해
그러나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각각 8880원(6.3% 인상)과 8590원(2.87% 인상)을 내고, 투표로 사용자 측 안으로 결정하면서 공익위원 안 제출은 무위로 돌아갔다.
 
박 위원장은 "(공익위원들은) 나름대로 최저임금의 적정선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고, 공익위원끼리 접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은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1%나 인상되면서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해 추가적인 소득분배 개선분은 고려하지 않았다.

적정임금인상률을 기초로 2.3~3.7% 인상안 마련 
대신 적정임금인상률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임금인상률은 실질 경제성장률(실질 국민총생산(GDP) 증가율)에다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을 제하는 방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한국은행과 노동연구원의 자체 자료를 대입해 올해 임금 상승률을 3.5%로 추정했었다.
 
이런 식으로 수식의 항목마다 정부와 정부 산하 연구기관, 민간 연구기관 등이 내놓은 전망치를 대입하면 2.3~3.7%의 인상률이 도출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시급 8542~8659원이다. 12일 결정된 금액보다 192원 적거나 69원 많은 액수다. 주휴 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은 1만260~1만401원이다.
 
사용자 안, 공익위원 안 범위 내…공익위원 표 던져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에 합의 또는 투표로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할 경우 이 범위 안에서 최종 공익위원 안을 내고, 노사의 의견을 물어 의결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사가 최종안을 12일 냈다. 이 가운데 사용자 위원이 낸 안(시급 8350원)이 공익위원이 도출한 인상률 내에 위치해 공익위원이 표를 던진 셈이다.
 
공익위원이 안을 안 낼 경우 산출 근거도 공개 안 해
다만 공익위원들은 자체 산출 근거와 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익위원이 안을 낸 경우에는 구체적인 산출근거를 제시하지만, 공익위원 안이 제시되지 않은 해에는 산출 근거도 내놓은 적이 없어서다.
 
1988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이래 공익위원 안이 제시되지 않고 결정된 해는 1993, 95, 97~2005, 2017년 등 12번이다. 이 해에는 노사가 낸 안 중에서 결정됐다. 당시에도 산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계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인상금액으로 보면 과거보다 낮은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민주노총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 선언에 대한 민주노총 위원장, 최저임금 노동자위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률에 항의하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위원 전원사태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오른쪽)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민주노총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 선언에 대한 민주노총 위원장, 최저임금 노동자위원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률에 항의하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위원 전원사태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사실상의 삭감. 근거도 없어"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민주노총이 추천한 근로자 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공익위원의 전원사퇴도 요구했다.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다. 근로자 위원 중 민주노총 추천 위원은 4명이다. 나머지 5명은 한국노총 추천 위원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액에 대해 "경제성장률에 물가인상률을 더한 임금 동결 수준인 3.6%에도 못 미치는 사실상의 삭감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논의 과정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불안과 경영난의 원인이라는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 판쳤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대치국면 만들고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장 얘기만 해"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공익위원들은) 노동자 요구안과 사용자 요구안만 놓고 대치국면을 만들었고, 일관되게 '너희가 (최종안을) 안 내면 그것(사용자 안)으로 표결에 부치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익위원들은) 정부의 아바타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내용은 뒷전으로 하고, 경제적 부분을 주로 묻는다든지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 사업장에 관한 얘기만 했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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