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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실무협상 앞둔 北 "남한 빠져라" 또 직거래 선언

중앙일보 2019.07.14 15: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르면 금주 중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이 “한국은 (북·미 실무협상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3일 ‘소외론, 결코 공연한 우려가 아니다’ 제목의 논평에서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담 이후 “‘한국 소외론’이 대두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미국의 승인 없이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상대와 마주 앉아 공담하기보다는 남조선에 대한 실권을 행사하는 미국을 직접 대상하여 필요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미 두 나라가 마주 앉아 양국 사이의 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마당에 남조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으며 또 여기에 끼어들었댔자 할 일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르면 금주 북미 실무협상 전망
비핵화는 미국 직접 상대 메시지
한국은 대북제재 무시해야 요구

 
북한은 지난달 27일 한국을 향해 “북·미 관계에서 빠지라”며 강경 비난했다. 당시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낸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와 미국이며,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며 복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집에서 회담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며 복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후 30일 남·북·미 정상이 만난 판문점 회담이 있고 나서 북한은 대남·대미 비난을 자제해왔다. 그러다 열흘 여 만에 대남 비난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대미 직거래' 주장은 북·미 실무협상이 임박했다는 징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담 이후 “실무협상이 2~3주 이내 열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번 주가 그 3주째다. 14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 북측에 ‘실무협상을 이번 주에 열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북미 3라운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

북미 3라운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

북한의 연이은 대남 메시지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 주문사항은 크게 두 가지라는 분석이다.  
일단 말 그대로 한국은 빠지라는 것이다. 이는 하노이회담 ‘노 딜(No Deal)’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구한 연장선상이다. 북한은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까지 한국 정부의 중재에 의지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60여 시간 기차로 달려간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연구실장은 “9·19 평양선언에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언급했고, 남북은 하노이회담에서 영변 카드로 딜을 하려 했다가 엎어졌다”며 “북한은 한국 정부가 ‘중재’ 역할을 못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판문점 회담으로 넉 달 만에 북·미 대화 불씨가 살아났고, 당분간 비핵화 협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남북 대화는 후순위에 놓겠다는 기조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그 이면엔 '이중 메시지'도 숨어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이 제재 돌파구 마련에 적극 나서달라는 요구다. 북한이 ‘한국 소외론’을 들먹일수록 정부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우려하며, 독자적인 남북 협력책을 모색할 수 있어서다. 북한은 대남 비난에서 ‘한국은 빠지라’는 메시지와 동시에 ‘북남 선언 이행에 용단을 내리라’는 촉구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14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라는 글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북남관계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남조선당국의 태도는 실망스럽다”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걸음을 과감하게 내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뉴스1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하노이회담 이후 대북 제재 완화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미련이 있을 것”이라며 “남북선언 이행을 위해선 제재 완화가 필요한 만큼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달라는 주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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