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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값 오를 정보만 보이지?…투자 편향성 극복하는 법

중앙일보 2019.07.14 15:00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47)
보험사로 이직한 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가 보니 우리나라에 보험사 지점이 매우 많더군요. (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보험사로 이직한 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몰랐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가 보니 우리나라에 보험사 지점이 매우 많더군요. (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은행을 그만두고 보험회사에 입사한 후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차창으로 밖을 보는 데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보험사 간판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저렇게 많은 보험사가 있었나?’ ‘무슨 보험사 지점이 저렇게 많지?’라는 생각에 보험사들이 강남 테헤란로, 강북 을지로 같은 서울의 핵심 도로를 모두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전엔 출퇴근하며 늘 다니던 길엔 보험사가 그렇게 많이 없었는데,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게는 아주 인상 깊은, 신기한 경험이었죠.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아주 유명한 심리학 실험인 ‘보이지 않는 고릴라’ 영상은 이런 경험이 저만은 아님을 말해줍니다. 혹시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영상을 만약 안 봤다면 이 글을 읽기 전에 인터넷을 검색해 볼 것을 권합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캡처. [출처 Daniel Simons 유튜브 영상 캡처]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캡처. [출처 Daniel Simons 유튜브 영상 캡처]

 
1분 남짓한 이 영상은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보세요’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영상 속에서 흰색 셔츠를 입은 팀 3명과 검은색 셔츠를 입은 팀 3명이 서로 움직이면서 공을 패스합니다. 흰옷 입은 사람에게 집중하면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어갑니다. 맞추는 사람도 있고 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의 목적은 패스를 몇 번 했는지를 맞추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나와 고릴라처럼 가슴을 몇 번 두드리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사실은 50%가 넘는 사람들이 고릴라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두드려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을 몇 번 던지는지 세다가 고릴라를 놓친 것이죠. 실험을 끝내고 고릴라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다시 틀어준 동영상을 보고 나니 고릴라가 나타났던 장면을 놓친 사실에 무릎을 칩니다. 사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실험이 알려주는 것처럼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흰옷 입은 사람들이 공을 몇 번 던지는지 세고 싶을 때는 흰옷 입은 사람만 봅니다. 패스한 횟수를 세느라 고릴라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고릴라 못 봤냐”고 물으면 “무슨 소리야. 내가 계속 보고 있었는데, 고릴라가 어디 있었냐”면서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라며 고릴라는 없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어서 그렇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지각(selective conception)’이라고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이해하는 것이 다르고, 같은 영화를 봐도 가슴에 남는 감동과 장면이 다릅니다. 마음을 먹고 보지 않는 한 자기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연인의 헤어스타일이 바뀐 것을 보지 못하고, 귀걸이가 바뀐 것을 보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콘텐트·플랫폼 사업자들은 내 관심사에 대한 데이터 흔적을 바탕으로 관련 영상을 추천해주고, 계속 그 속에 머물러 있도록 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중앙포토]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콘텐트·플랫폼 사업자들은 내 관심사에 대한 데이터 흔적을 바탕으로 관련 영상을 추천해주고, 계속 그 속에 머물러 있도록 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중앙포토]

 
최근 ‘포노 사피엔스’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옵니다. 휴대폰을 뜻하는 ‘Phono’와 지성을 뜻하는 ‘Sapiens를 합친 말로 스마트폰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을 말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현재 무언가를 찾을 때, 기록할 때, 물건을 사거나 팔 때, 동영상을 찾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는 우리의 이런 행동에 대한 기록이 남습니다.
 
내가 어떤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주로 찾는 지가 데이터로 남고 그 데이터에 따라 추천 영상이 정해집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쇼핑하는 경우 검색과 구매 데이터를 남기고 그 데이터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추천 상품을 제안받습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업자는 내가 원하는 것, 찾는 것을 더 많이 보여주며 나의 편향을 점점 더 강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더 자주 보여주고, 내가 관심 있는 부동산을 더 자주 노출합니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정보 취득이 점점 선택적이 됩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균형입니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 계약을 하고 나면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를 정보만 눈에 들어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고민 끝에 팔고 나면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등 주식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만 눈에 보입니다.
 
내가 보던 정보만 보고, 내가 좋아하는 논조의 글만 읽다 보면 균형을 잃게 됩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달려들 것 같고, 삼성전자 주식을 다 팔아버릴 것 같습니다. 내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나면 온 세상이 다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유튜브가 수많은 암호 화폐 영상을 내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보기 싫은 것 보고, 듣기 싫은 것 듣는 힘
편향된 사고는 위험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력들은 우리가 편향된 사고를 갖길 원하지만, 그렇게 돼선 안 됩니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부러 다양한 관점의 생각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아야 균형을 갖고 알맞게 돈을 쓸 수 있습니다. [중앙포토]

편향된 사고는 위험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력들은 우리가 편향된 사고를 갖길 원하지만, 그렇게 돼선 안 됩니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부러 다양한 관점의 생각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아야 균형을 갖고 알맞게 돈을 쓸 수 있습니다. [중앙포토]

 
언론 기사도 우리에게 편향을 강요하지만, 투자와 관련된 내용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를 헷갈리게 합니다. 투자나 자산관리에 있어서 오류와 편향을 극복하려면 두 가지 방법 중 최소한 하나는 선택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괜찮은 전문가와 자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믿고 소통할만한 전문가를 찾아 투자할 시작할 때, 투자를 중단할 때,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때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전문가는 나에게 싫은 소리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편향을 강화할 뿐 균형 잡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반대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달러화 투자를 권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그런 칼럼과 동영상이 돌아다닐 때, 이를 반대하는 글이나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외화금융상품 중에 투자할 만한 상품이 있다면 실제로 수익에 도움이 되는지, 그 상품의 한계는 무엇인지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이나 영상을 찾아보면 편향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데 좋습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균형 감각이 없는 존재입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균형감각은 점점 더 약해집니다. 귀가 얇아져 누가 조금만 얘기해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화를 엄청 내기도 합니다. 내가 보기 싫은 것을 보고, 듣기 싫은 것을 듣고, 생각하기 싫은 것을 생각하는 힘은 내 인생과 내 소중한 돈을 지키는 아주 중요한 능력입니다. 조금씩 그 힘을 길러가면 좋겠습니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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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진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필진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 같은 환경, 같은 조건인데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가난해진다. 그건 돈을 대하는 마음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른바 재무심리다. 오랜 세월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강의도 한 필자가 재무심리의 신비한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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