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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거부로 고발된 유치원을 교육청이 폐원 허가한 사연은?

중앙일보 2019.07.14 14:20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월 경기도 용인시 A유치원을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4월 진행된 사립유치원 전수 감사에서 A유치원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서다. 그러나 A유치원은 지난 3월 폐원됐다. 폐원 기준인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폐원 동의'를 받았고, 원생들을 다른 유치원 등으로 배치하는 계획서도 제출하면서 지역교육지원청이 이를 허가했다. 교육청이 고발한 유치원의 폐원을 교육청이 허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폐원 신청을 한 충북 청주시 한 사립유치원에 붙은 '긴급회의' 안내지. [연합뉴스]

폐원 신청을 한 충북 청주시 한 사립유치원에 붙은 '긴급회의' 안내지. [연합뉴스]

 
보류·반려 기준 없어 조건만 맞으면 폐원   
교육청 전수 감사 대상이거나 고발된 사립유치원이 폐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폐원 기준은 있지만 이를 보류·반려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경기도교육청 등 수도권 교육감들은 "유치원의 폐원 결정의 구체적 기준을 교육감에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폐원이 인가된 사립유치원은 모두 52곳이다. 지난해 24곳, 2017년 16곳보다 배 이상 늘었다.
폐원 인가된 사립유치원 중에는 A유치원처럼 감사자료 제출 거부로 경기도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한 유치원 3곳이 포함됐다. 또 폐원된 유치원 52곳 중 48곳이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전수 감사 대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유치원이 폐원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폐원 인가를 반려·보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다. 현행 유아교육법에는 사립유치원 폐원 신청 절차와 처리 기간 등만 명시돼 있다. 그래서 각 교육청이 유치원 폐원 기준인 '학부모 동의 3분의 2 이상' '기존 원아들에 대한 배치 계획' '각종 지원금 정산' 등을 완료하면 폐원을 허가할 수밖에 없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폐원한 유치원은 예산이 잘못 집행한 것이 확인돼도 유치원 회계로 보전하거나 교육청이 회수하고 학부모들이 환급받기 어렵다. 일부 유치원은 이런 점을 노려 의도적으로 폐원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들 "사립유치원 폐원, 교육감 권한으로" 
이에 서울·경기·인천 교육감은 지난 4월 공동으로 "유치원 폐원 결정의 구체적 기준을 교육감 권한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유치원 폐원은 교육감의 교육적 판단과 지역별 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이런 의견에 따라 유치원 폐원 기준을 교육감이 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각 지역교육지원청에도 감사대상이거나 고발된 유치원들의 폐원 인가를 잠정 보유하도록 했지만, 관련 근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면 의도적인 유치원 폐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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