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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세까지 살 확률 50%… '명함 2개' 권하는 일본

중앙일보 2019.07.14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9)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본 직장인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직원들에게 종신고용과 연공임금을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도 늘었다. 사진은 도쿄에서 열린 채용상담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면접 보는 모습. [연합뉴스]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본 직장인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직원들에게 종신고용과 연공임금을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도 늘었다. 사진은 도쿄에서 열린 채용상담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면접 보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까지 일본 노동자는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고, 나이가 들면 임금도 올라가는 혜택을 받았다. 이러한 종신고용과 연공임금의 대가로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을 통해 회사에 보답했다. 기업과 노동자는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정년 후에 연금을 받으며 유유자적한 인생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경제성장의 둔화, 기술혁신 등으로 일본기업은 과거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종신고용과 연공임금의 혜택을 제공할 수 없는 회사도 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개인의 생활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최근 임금수준이 떨어지면서 맞벌이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정년 후에도 부족한 연금을 보충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고령자도 많아지고 있다. 독신세대가 대폭 늘어나면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하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개인의 가치관을 중시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후생성, 노동자의 부업·겸업 허용
일본 정부는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노동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고,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개혁을 선언했다. 장시간 노동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고 성별·연령을 불문하고 일하기 쉬운 직장을 만들어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일본 정부는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노동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고,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개혁을 선언했다. 장시간 노동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고 성별·연령을 불문하고 일하기 쉬운 직장을 만들어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이러한 사회·경제 환경 변화에 노동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의 노동방식으로는 기업과 개인의 다양한 니즈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시한 새로운 일 방식이 필요한 사회가 되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일본경제 재생을 외치며 일 방식 개혁을 선언한 배경이다.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노동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고, 기업문화와 풍토를 바꾸려는 개혁이다. 구체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고,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일하기 쉬운 직장을 만들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인생단계와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쉽게 일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 방식 개혁의 핵심 대책으로 부업과 겸업을 허용했다. 노동력을 한 회사의 자원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취지다. 지금까지 노동자는 부업이나 겸업 방식으로 다른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법률로 엄격하게 금지됐다. 후생노동성의 모델 취업규칙에는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업∙겸업 금지규정이 있다. 그러나 2018년 1월 그 규정을 삭제하고, ‘노동자는 근무시간 외에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는 부업∙겸업을 원칙적으로 승인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법률개정으로 부업과 겸업이 허용되면서 노동자는 본업 이외에 다른 업무를 추가로 동시에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병행커리어(제2의 일)’를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병행커리어란 원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제창한 개념이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에서 지식노동자가 계속 일하려면 병행커리어, 즉 또 하나의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병행커리어의 장단점

▲ 병행커리어의 장단점

구체적으로 병행커리어는 한 회사에서 본업을 갖고 일하면서 본업 이외에 다른 사회활동을 하는 새로운 일 방식이다. 사회활동에서 얻은 경험과 배움을 본업에 적용해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기업 입장에선 부업 허용을 통해 직원들이 병행커리어를 갖도록 하면 조직에 부족한 능력과 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병행커리어의 다양한 용어]
부업: 본업 이외에 하는 업무, 어디까지나 본업이 핵심.
겸업: 본업 이외에 다른 업무를 겸하는 것.
복업: 복수의 일을 동시 병행하는 것. 모든 일이 본업으로 간주하고, 일의 비중이 수시로 변동함.
 
이렇게 부업은 병행커리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부업은 일반적으로 본업 이외에 주식투자 등으로 부족한 소득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병행커리어는 용돈을 버는 정도에 한정되지 않고, 기업에서 일하면서 다른 회사의 임원이 되거나 NPO 활동, 취미와 특기를 살리는 주말 기업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단순히 본업의 소득을 보충할 목적이 많지만, 부업의 경험을 본업에 살려 나가는 사례도 생기고, 종업원의 부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IT산업의 발전, 4차 산업혁명, 개인 가치관의 변화는 일본 직장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일 방식의 혁신과 커리어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인구감소와 고령화, IT산업의 발전, 4차 산업혁명, 개인 가치관의 변화는 일본 직장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일 방식의 혁신과 커리어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 병행 커리어가 주목받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매년 인구가 감소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노동력도 줄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고령이 된 경영자가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폐업하는 중소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중소기업에 인재는 장기간의 가뭄 속에 단비와 같다.

둘째, 일본에서 IT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통신 네트워크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가 정비되고 있고, 스마트폰 이용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를 회사 내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움직임도 있다. 개인컴퓨터, 휴대정보단말 등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접속환경이 제공된다면 어디에서라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일 방식 개혁과 함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Premium Friday)’ 등으로 기업의 근무시간 단축을 유도하고 있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란 매월 말 금요일에는 모든 노동자가 15시에 퇴근하자는 캠페인이다. 조기 퇴근을 통해 개인의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근무시간을 단축하면서 어떻게 생산 효율성을 유지할지 고심하고 있다. 인력 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해결책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은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유연한 일 방식을 만들며 노동생산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셋째, 현재 전 세계에 걸쳐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산업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IoT(사물인터넷.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 와 AI(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업종 융합을 통한 신규사업을 개발하고, 고도의 전문스킬을 가진 외부 인재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의 전문인력이다. 병행 커리어는 이러한 4차산업혁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넷째, 개인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특히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일 방식의 변화와 커리어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역사상 유례없는 장수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라이프 시프트 저자인 린다 그래튼 교수는 2007년 일본에서 태어난 자녀는 107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50%라고 했다. 그는 인생 100세 장수사회에서 지금까지의 교육, 일, 은퇴라는 3단계 인생모델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일 방식도 지식과 스킬을 재구축하는 ‘탐험자(Explorer)’, 조직에 고용되지 않고 혼자 일하는 ‘독립생산자(Independent Producer)’, 다른 활동을 동시에 병행하는 ‘포트폴리오 워커(Portfolio Worker)’ 3가지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수상관저에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를 설치하고, 새로운 경제 사회시스템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산업성도 ‘일본산업의 인재강화를 위한 연구회’를 출범시켜 병행 커리어를 포함한 사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10~30년 후 노동자는 길어진 인생을 위해 필요한 능력과 스킬을 익히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병행커리어가 보편적으로 활용되리란 전망이 많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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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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