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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수술 단돈 100’ 광고 보고 병원 찾았더니 “후기 사진 내놔라”

중앙일보 2019.07.14 06:00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성형앱 '바비톡' '강남미인'이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중앙포토]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성형앱 '바비톡' '강남미인'이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중앙포토]

 

“70만원이요? 그건 콧대만 넣었을 때 가격이죠.”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이 병원은 ‘성형앱’에 코 수술 비용을 70만원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병원 측은 전화로 상담 예약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수술비에 대해 별다른 옵션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막상 병원을 찾자 다른 이야기를 했다. 자신을 ‘코디네이터’라고 소개한 성형외과 직원은 “코 끝~콧대까지 다 하면 150만원 이상이고 자가 연골 이식 등 옵션을 추가하면 200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앱에 광고한 가격과 왜 다르냐”고 묻자 “‘바비톡’, ‘강남언니’(성형앱)에 후기를 올려주면 150만원에 자가 연골까지 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성형 견적을 내주는 앱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을 넘어선 앱도 나왔다. 이 앱들은 성형외과 병원 광고를 보여주고, 성형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을 병원과 연결해준다. 일반 온라인 광고와 달리 실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직접 쓴 생생한 후기를 보여준다. 특히 다른 사람처럼 달라지는 ‘비포-애프터(성형 전ㆍ후)’ 사진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앱들이 허위ㆍ과장 광고로 환자를 유인하고, 수술비 할인을 빌미로 ‘성형 후기 사진’ 제출을 강요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지적하는 질의가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강남언니’, ‘바비톡’ 등 성형앱이 환자유인 행위와 의료광고 금지 규정 등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남인순 의원실]

[남인순 의원실]

 
복지부는 “앱을 통해서만 진행하는 비급여 진료에 관한 과도한 가격할인, 각종 검사나 시술을 무료로 추가하는 끼워팔기 등은 환자유인ㆍ알선 관련 의료법 저촉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또 “부작용 등을 명시하지 않은 거짓ㆍ과장 광고, 치료 효과를 오인할 우려가 있는 치료경험담 광고 등은 의료법상 금지되는 의료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법에 따르면 진료비 할인이나 금품 제공 등 환자 유인 알선 행위를 하면 의료기관과 광고 대행사가 모두 처벌받게 된다. 또 거짓ㆍ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이와 관련해 성형외과 병원들에게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또 강남 보건소는 지난 1월 강남언니 앱이 환자를 유인하는 등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앱에 광고를 의뢰한 병원과 의사들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술 받고나니 "후기 사진 내놔라" 
문제는 이 뿐 만이 아니다. 이렇게 앱을 통해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 수술 직전까지 “간단한 후기만 써주면 할인을 해준다”는 식으로 말하다가, 수술 이후 ‘후기 사진’ 제출을 종용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김지은(28ㆍ가명)씨는 얼마전 앱을 통해 소개 받은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후기만 써주면 50만원을 할인해준다”는 병원 말을 믿고 수술을 감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수술 직후 자신을 ‘성형앱 마케팅 담당 직원’이라고 카카오톡을 통해 후기 사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해당 직원은 김씨에게 “얼굴 전체가 나와야 하며 사진은 정면, 45도, 90도 좌ㆍ우 고개 젖혀 콧구멍이 보이는 사진 최소 6장은 보내줘야 한다”며 “수술 직후부터 6개월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술동의서에 사인할 때 마케팅 활용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에 내가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계약파기라고 주장했다”며 “후기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얼굴이 다 드러나는 사진을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보내야할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이렇게 제출한 환자들의 후기 사진은 앱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 병원 SNS에 올려지기도 한다. 지난해 앱에서 소개받은 병원에서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직장인 이지현(25)씨는 “카톡으로 보낸 후기 사진이 병원 인스타그램에 올라가 황당했다. 병원에 항의했더니 그제야 내려줬다. 사진이 어떤식으로 관리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가슴확대 수술이나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성형앱에는 주요 부위 정도만 가린 노출 심한 사진도 그대로 게시돼 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주기적으로 온라인 의료광고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방대한 양이라 모두 볼 수는 없다”라면서도 “성형앱의 문제에 대해 지적이 제기된만큼 의료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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