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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놀린, 카민, 글리세린...립스틱에도 동물 성분 있다

중앙일보 2019.07.14 05:04
의식있는 소비,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비건 제품, 특히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아워글래스 인스타그램]

의식있는 소비,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비건 제품, 특히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아워글래스 인스타그램]

 

“기뻐해, 우리가 드디어 카민이 들어가지 않은 섀도 제품을 만들었어!”

 

필(必)환경라이프① 비건 코스메틱

지난 2016년 8월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캣본디’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포스트다. 캣본디는 100%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 코스메틱, 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지향하는 메이크업 브랜드다. 카민은 연지벌레에서 추출되는 염료로 붉은색이 필요한 대부분의 메이크업 제품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동물성분이다. 천연·유기농을 지향하는 브랜드라도 대부분 포함돼 있는 흔한 성분이기도 하다. 벌레도 동물 성분으로 분류해야 하는 건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만 미국에서는 최근 이런 카민 성분조차 포함되지 않은 완전한 비건 코스메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연지벌레 추출성분인 '카민'이 들어가지 않은 캣본디의 섀도 제품. [사진 캣본디 인스타그램]

연지벌레 추출성분인 '카민'이 들어가지 않은 캣본디의 섀도 제품. [사진 캣본디 인스타그램]

 
지난해 12월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을 ‘채식의 해’로 선언했다. 2019년의 세계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사람들이 동물성 제품을 피하는 삶의 방식에 관심이 높다”며 “25~34세의 미국인 중 1/4이 채식주의자로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먹는 것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바르는 것, 입는 것에서도 ‘비건’을 선언하는 이들이 많다. 동물 성분을 포함하거나 동물 실험을 하는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고, 모피나 가죽 대신 인조 모피와 인조 가죽을 활용한 옷을 고집한다. 비건이 다만 먹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 즉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된 셈이다.  
 
'비건 화장품'이란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화장품을 말한다. [사진 악시올로지 인스타그램]

'비건 화장품'이란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화장품을 말한다. [사진 악시올로지 인스타그램]

 
그 중에서도 먹는 것과 가장 밀접한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피부에 바르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엄격한 소비자들은 스킨케어 제품은 물론, 화장할 때 사용하는 메이크업 제품에까지 비건 기준을 적용한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을 의미한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이라고 모두 비건 제품은 아니다. 동물 실험은 하지 않아도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비건 제품은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화장품 속 동물 성분으로는 양털에서 추출한 기름인 라놀린, 동물성 지방에서 추출하는 글리세린·올레산, 상어 간유에서 추출해 립밤·보습제 등에 사용하는 스쿠알렌, 동물 위에서 추출해 탈취제·비누 등에 사용되는 스테아르산, 동물의 조직·뼈·피부 등에서 추출하는 콜라겐 등이 있다. 꿀벌이 만든 벌집 밀랍에서 추출한 비즈 왁스 성분 역시 동물 성분으로 분류되어 비건 화장품의 경우, 비즈 왁스 대신 콩 왁스 등을 사용한다.  
 
비건 코스메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미국에선 이미 다양한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가 출시됐다. [사진 이니카 인스타그램]

비건 코스메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미국에선 이미 다양한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가 출시됐다. [사진 이니카 인스타그램]

 
우리나라에선 이런 비건 화장품이 아직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대세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2019년~2023년까지 비건 화장품 시장이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 개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호주의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이니카(Inika), 윤리적 립스틱 전문 브랜드 악시올로지(Axiology), 마스카라에 사용되는 밀랍조차 동물성 원료나 부산물을 사용하지 않는 비닷(B.), 동물 털을 사용하지 않는 브러시 브랜드 에코 툴스(eco tools) 등이다.   
 
동물며 털 대신 부드러운 인조모를 사용하며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 브러시 제품들. [사진 에코 툴스 인스타그램]

동물며 털 대신 부드러운 인조모를 사용하며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 브러시 제품들. [사진 에코 툴스 인스타그램]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변화는 감지된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처음 들어온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는 제품의 90% 이상이 비건 화장품으로 구성됐다. 2020년까지 전 제품을 비건으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면세점에서만 60억 원대 매출을 올릴 정도로 반응이 좋은 편이다. 화장품 브랜드 클라란스는 지난 6월 10대를 위한 비건 화장품 ‘마이클라랑스’를 한국에 소개했다. 유해 화학성분은 물론 동물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프렌들리 제품임을 강조한다. 동물 실험도 하지 않는다. 지난 6월 12일 국내 론칭한 스위스 브랜드 ‘벨레다’ 역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프렌들리 브랜드다.  
 
국산 브랜드도 있다. ‘보나쥬르’의 41개 제품은 영국 비건 단체인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인증을 받았다. 비건 뷰티 브랜드를 지향하는 ‘디어달리아’는 연지벌레에서 추출하는 카민, 동물성 왁스를 사용하지 않고 메이크업 제품을 만든다. 물론 아직 국내에서 비건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소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 인증을 받은 화장품을 찾는 경우는 많다. 
 
1944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비건 인증 기관인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앰블럼. [사진 보나쥬르 홈페이지]

1944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비건 인증 기관인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앰블럼. [사진 보나쥬르 홈페이지]

 
비건 코스메틱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시장 조사 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홍희정 뷰티&패션 부문 수석 연구원은 “미래 한국의 뷰티&퍼스널케어 시장은 기존 미국·프랑스 등 선진 뷰티 강국과 같은 수순을 밟으며 다양한 소비자들을 고려한 ‘건강하고 착한’ 뷰티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건강한 원료로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클린 라벨 제품’, 동물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제품’ 등이 유망할 것으로 꼽았다.  
 
10대를 위한 비건 스킨케어 제품 '마이 클라랑스'를 출시한 클라란스. [사진 클라란스]

10대를 위한 비건 스킨케어 제품 '마이 클라랑스'를 출시한 클라란스. [사진 클라란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네타포르테의 뷰티 디렉터 뉴비 핸즈는 “최근 소비자들이 브랜드 철학이나 윤리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클린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포르테는 화장품 판매 페이지에 천연·식물성·유기농 성분을 사용하는 제품만 소개하는 ‘클린 뷰티(Clean beauty)’ 카테고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의 뷰티&퍼스널 케어 디렉터 로시다 카놈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건 코스메틱은 확실히 성장추세”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윤리적인 고려를 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퍼뜨리는 영향력 있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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