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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더모화장품 1위 기업의 미래 전략은 '지속 가능성'

중앙일보 2019.07.14 05:00
세계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 최근 방문한 유럽 더모 화장품 1위 기업인 프랑스 회사 '피에르 파브르'의 자비에 오르망시 R&D(연구개발) 총괄 사장을 이에 대해 만나 물었다. 피에르 파브르는 지난해 3조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거대 제약회사로, 매출 중 R&D에 약 10%를 투자한다. 총 직원의 10% 이상이 연구원인 연구 중심의 그룹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에서는 의료 전문인의 30%가 피에르 파브르의 더모 화장품을 처방한다.  
피에르 파브르의 자비에 오르망시 R&D 총괄 사장. [사진 피에르 파브르 코리아]

피에르 파브르의 자비에 오르망시 R&D 총괄 사장. [사진 피에르 파브르 코리아]

 

'피에르 파브르' R&D총괄 사장 자비에 오르망시 인터뷰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피에르 파브르 한국 지사에서 만난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틀 전 서울에 도착한 후 잠시도 쉬지 않고 미팅과 시장 조사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는 그의 말에서 한국 방문의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 방문 이유는 제품 개발 때문인가.   
"한국의 직원들을 만나고 한국 시장 전반에 대한 조사를 위해 왔다. 이와 함께 K-뷰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니즈는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세계 화장품 업계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지속 가능성, 추적 가능성이 최고의 화두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화장품이 집중해온 피부와 모발에 미치는 영향에 더해 원료의 원산지, 제조 방식,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료만 보면 천연 원료가 하나의 트렌드이고, 원료를 덜 사용한 단순한 제품, 원료나 제조 공정을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품 등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중요해졌다." 
 
-어떤 것을 '지속 가능성'으로 볼 것인지 관점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혹자는 환경을, 다른 이는 노동 환경을, 또는 사회 공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이란 어떤 것인가.  

"제품을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원료는 어떤 걸 사용하는지, 클린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지, 아동 학대를 하지 않는 등 윤리적으로 문제없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등이다. 이 모든 것이 다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피에르 파브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가능성을 화장품 제조에 적용하고 있다. 에코서트 인증을 받은 원료를 사용하고, 클렌징·자외선차단제를 만들 때는 생분해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고려한다. 용기는 재활용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만을 사용한다. 또 제품의 완전한 관리를 위해 원산지와 공장을 최대한 가깝게 위치시킨다. 예컨대 민감성 피부 화장품 브랜드인 '아벤느'의 경우 미스트 제품의 원재료인 물이 나오는 프랑스 아벤느 지방에 공장을 설립해 재료 이송에 드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아더마 엑소메가 크림'에 들어가는 원료인 귀리는 직영 농장에서 직접 경작해 쓴다. 
 
-한국의 더모화장품시장이급성장 하고 있다고 한다. 체감하나. 
"한국 소비자의 흥미가 더모쪽으로 분명히 더 기울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에선 민감성 피부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한국 여성의 70%가 민감성 피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피부 타입의 경우 일반적인 화장품과 비교해 기술적·과학적인 노하우가 요구된다."
 
-더모 화장품의 한계성을 지적하는 소리도 있다. 향과 텍스처 부족이 대표적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나.
"향을 안 쓰는 건 사실이다. 피부 알러지나 자극이 될 수 있어서다. 또 제품의 미진한 부분을 향으로 가리는 건 원하지 않는다. 민감한 피부용 화장품은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는 성분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미네랄·실리콘·인공향 등 기존의 화장품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를 찾아 사용한다."  
 
자비에 R&D 총괄 사장.

자비에 R&D 총괄 사장.

그는 럭셔리 화장품부터 더모 화장품까지를 망라해 경력을 쌓은 화장품 개발 전문가다. 1988년 로레알 그룹에서 조향사로 화장품 업계에 발을 디딘 뒤, 91년 샤넬 코스메틱에서 향수 창작 스튜디오 책임자와 R&D 책임자로 10년 이상 재직했다. 이후엔 미국 화장품 브랜드 카운터 브랜드 LCC에서 피부과학 분야의 연구 개발을 담당하다 지난해 9월 피에르 파브르 그룹의 더모 화장품 부문 R&D 총괄 사장으로 부임했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출신으로 피에르 파브르의 R&D 수장으로 부임한 건 더모 화장품을 고급스럽게 만들라는 이유는 아닐까. 
"로레알 그룹에서 시작해서 샤넬에서 럭셔리를 경험하고, 이브로쉐에서 자연화장품을 만들었다. 미국에선 ‘클린 뷰티’라는 인디 브랜드에서 컨설턴트까지 했다. 피에르 파브르에서 나에게 요구한 건 제품의 과학적인 측면, 효능적인 측면이다. 거기에 더해서 윤리적인 가치까지 담을 계획이다."
 
-한국 시장이 유럽·미국 등 해외 시장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뷰티 시장은 10여년 전부터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마스크·쿠션 등 혁신적인 화장품을 만들어냈고 세계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는 '핫 스폿'이 됐다.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한국의 현지 파트너사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적응력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이에 반해 유럽 시장은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화장품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미국은 인디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 브랜드 중 알고 있거나 관심있는 곳이 있나.
"너무 많아서 하나를 고르기가 힘들다. 라네즈는 가성비 좋은 스킨케어 제품을 잘 만들고, 자연 컨셉트의 이니스프리·프리메라도 좋다. 투쿨포스쿨·토니모리는 메이크업 잘하는 것 같다. 컬러도 다양하고 매일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서울에서의 시장조사에서 눈에 띄는 한국 제품이 있었나.
"톤업 크림과 밀키한 타입의 가벼운 타입의 에멀전(로션)이 좋았다. 2006년 이후 한국에 수차례 왔는데, 이번 방문에선 예전보다 원료나 품질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소비자들 역시 성분에 대한 '화해'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잘 활용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 시장과 발맞춘 상품 개발 계획은.  
"당연히 계획이 있다. 이번에 온 중요한 목적이다. 일단 마스크팩을 출시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이번에 10곳 이상의 한국 업체들을 만났다. 출시는 내년 정도 예상한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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