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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의 ‘제3국 중재위’ 요구 일단 받고 타협 모색을”

중앙선데이 2019.07.13 00:32 644호 4면 지면보기
마쓰타니 모토카즈 교수

마쓰타니 모토카즈 교수

마쓰타니 모토카즈(松谷基和·44) 센다이 도호쿠가쿠인(東北學院)대학 교수는 “일본이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를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일본 기업의 한국 재산에 대한 법원의 강제 집행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일본 정부는 분명 수출 규제 범위를 넓히는 등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10일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제3국 중재위 설치 요구를 일단 받아들여 시간을 확보한 뒤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지한파 마쓰타니 교수의 제언
시간 벌고 일본 추가 조치 막을 것
일 정부도 100% 승소 보장은 없어

문 정부, 적극성 없고 브레인 안 보여
위안부 때와 달리 미 중재 의지 약해
일제 불매 운동은 나쁜 선례 될 수도

하버드대에서 한국 근대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마쓰타니 교수는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몇 안 되는 지한파 학자다. 지난해 11월엔 민간단체인 ‘한·일 시민 네트워크’가 식민시대 한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김기림 시인의 시비를 센다이에 세우는 데도 참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강수를 꺼낸 배경은.
“타이밍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게 맞다고 본다. 아베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하면서 지지층인 우파의 반발로 고생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합의를 무효화해 재단을 해체하고 징용공 배상 판결까지 들고나오자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듯싶다. 정권 내부에서 이런 식의 강경 조치를 취하더라도 국제사회나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선 것 같다.”
 
실제 일본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다.
“저도 개인적으로 놀랐다. 언론을 통해 한국 소식을 듣는 일반인의 60% 정도(일본 TBS가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8%는 ‘타당하다’, 24%는 ‘타당하지 않다’고 답변)는 이런 정도의 조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참의원 선거 뒤엔 분위기가 달라질까.
“아베 정부는 수출 규제 취소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당분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일본 총리는 아무리 중국이나 한국에 불만이 있더라도 국민 앞에서는 참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TV에 나와 ‘한국은 믿을 수 없다’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국민에게 한 말은 계속 지켜야 하므로 물밑 협상은 힘들어지고 나중에 관계를 회복하려고 해도 되돌아가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그런 면에서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고 본다.” 
 
수출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이 요구하는 제3국 중재위 설치 제안을 한국이 수용하지 않거나 한국 사법부가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 결정을 내릴 경우 보복 조치가 확실히 확대될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징용공 배상 문제는 역사 문제로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다. 그런데 한국 쪽에서 정치적 타협을 위해 대안을 제시하거나 협상하겠다는 움직임이 약했다. 한국 쪽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얼굴이 잘 안 보인다’는 말처럼 해결하겠다는 의욕이 안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일본에 대해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했지만 일본 젊은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만큼 일본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일본을 아는 브레인도 없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해방 이후 처음으로 피해자 진상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정부는 21만8639명을 피해자로 공식 인정하고 2008년부터 위로금을 지급했다.
 
그러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나.
“참 어려운 문제다.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는 만큼 제3국의 중재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미국처럼 말이다.”
 
제3국 중재에 한국은 부정적 입장인데.
“그 점이 일본인들에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두고 세계무역기구(WTO)가 1심에서는 일본, 2심에서는 한국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중재위를 설치한다고 일본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이 없다. 일본도 100% 이길 자신이 있어서 그런 제안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양국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청구권 협정에 따라 제3국 중재위에서 논의하는 게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이 수용하면 시간을 벌 수 있고 추가 보복 조치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그 사이에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합의 때처럼 이번에도 미국이 중재에 나설까.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와는 다르다고 본다. 더욱이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국제적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은 고위 인사를 미국에 파견해 중재를 요청하고 있는데 미국 언론은 한·일 간의 작은 싸움으로 보거나 아예 다루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에선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유학·여행 등 한·일 민간 교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텐데 한국의 불매 운동 소식이 일본에서 보도되면 한국에 갈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앞으로 한·일 간에 비슷한 일이 생길 경우 ‘수출 규제하자’ ‘보복하자’는 식의 주장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주 나쁜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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