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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전문가’들만 득실대는 기업은 세상 밖을 모른다

중앙선데이 2019.07.13 00:20 644호 14면 지면보기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환경 변화의 역습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중앙포토]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중앙포토]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자신들이 자부하는 여러 무기를 갖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우수한 민족적 자질’로 만든 훌륭한 암호였다. 그들은 이 암호가 영국에 해독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작전이 간파당할 때마다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고 생각해 조직을 샅샅이 뒤졌다. 알다시피 자신의 조직을 의심하는 건 에너지 소모가 막심한 일, 그렇다고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의 잠수함 부대를 가지고서도 영국을 이길 수 없었다. 더구나 영국이 레이더까지 개발, 날아오는 비행체들을 한눈에 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자신들이 자랑스러워 하던 강점만 믿고 있다 졌는데도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도 몰랐다.
 

독일군 “해독 못 할 암호” 자만하다
암호 읽은 영국군에 2차 대전 패배
소니·도시바 장점 고집하다 쇠락
후지필름은 환경에 재빨리 적응

시장이라고 다르지 않다. 네이버의 ‘라인’을 일본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공헌한 모리카와 아키라 전 사장은 소니 출신이다. 소니에서 TV와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하자 ‘TV는 그런 기계가 아니다’며 제동을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소니를 나와 직원이 서른 명 정도에 불과했던 한게임 재팬(라인의 전신)으로 옮긴 이유였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그들이 왜 그랬을까?
 
1990년대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소니·도시바 같은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 때 기술을 가장 중시했다. 최고의 기술로 세상을 제패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 세계 최고의 기술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버튼이 수두룩한 리모컨처럼 실생활에 필요 없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런 ‘자칭 전문가’들이 많았다. 견제할 사람도 없었다. 자신들을 최고로 만들었던 장점이 굴레가 되고 족쇄가 되었는데도 인정하지도, 벗어 던지지도 못했다. 자신들이 가진 장점의 시효가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고 그걸 재빨리, 그것도 확실하게 버렸기에 살아남아 다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후지필름처럼 하지 못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진리로 통용되는 말이 있다. ‘칼로 일어서는 자는 칼로 망한다’. 정복이 끝나면 칼을 버리고 통치에 필요한 걸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까닭이다. 정복에는 칼이 필요하지만, 통치에는 칼이 그리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칼로 통치할 수는 있겠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환경이 바뀌면 거기에 필요한 걸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항상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나와 우리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 장점은 어떤 환경에서 나오고 있는가? 그 환경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그 장점의 뒷면, 그러니까 장점이 뒤집어지면 어떤 약점이 될까?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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