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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주식 투자 망치는 ‘최신 정보’의 덫

중앙일보 2019.07.13 00:03
최신효과와 ‘나귀와 소금짐’... 스마트폰 앱으로 매매는 자제해야
 

서명수의 이솝투자학

날마다 이 물건 저 물건을 운반하는 나귀가 있었다. 어느 날 나귀는 무거운 소금짐을 지게 됐다. 소금이 잔뜩 들어 있는 푸대가 얼마나 무거웠던지 힘센 나귀조차 다리가 휘청거렸다. 힘들게 강을 건너던 나귀는 비틀거리다 강물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나귀는 한동안 물속에서 버둥거리다가 간신히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무거운 짐이 아주 가벼워진 것이다. 나귀가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 소금이 물에 많이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 강물에 빠지고 나니까 짐이 아주 가벼워졌어.” 나귀는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나귀는 솜을 지고 가게 됐다. 가벼운 솜은 부피만 클 뿐 그다지 무겁지 않았다. 나귀는 별로 힘들지 않게 짐을 나를 수 있었다. 그런데 강둑에 다다르자 나귀는 꾀가 났다. 지난 번에 그렇게 무거운 소금짐도 물에 빠지니까 가볍게 됐는데, 이렇게 가벼운 솜이 물에 빠지면 거의 무게를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귀는 일부러 비틀거리다 물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솜이 물을 잔뜩 빨아들여서 몇 배로 무거워졌다. “짐이 너무나 무거워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네. 내가 그만 내 꾀에 넘어가고 말았구나.” 나귀는 강물에서 빠져 나오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사진:ⓒ gettyimagesbank

사진:ⓒ gettyimagesbank

여러 가지 물건을 짊어 나르던 나귀에게 가장 최근의 짐은 물에 녹아 내리는 소금이었다. 물에 빠진 후 소금짐의 무게가 덜 나가자 부피만 컸지 무게는 얼마 나가지 않는 솜은 별 생각 없이 짊어졌다. 그러나 솜은 물에 젖으면 소금과 달리 천근만근의 짐으로 변한다. 소금이 고춧가루처럼 물에 잘 녹지 않는 것이었다면 나귀는 일부러 물에 빠지는 꾀를 내지 않았고 목숨도 건질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가장 최근에 들은 정보에 좌우되는 현상을 ‘최신효과’라고 한다. ‘마지막 효과’라고도 하는데, 그 마지막이 충격적일수록 최신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 여기서 퀴즈 하나.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과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 부품에 맞아 죽을 확률 중 어느 쪽이 더 높을까. 아마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이라는 답이 돌아올 듯하다. 하지만 실제론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 부품에 맞아 죽을 확률이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보다 30배 이상 높다고 한다. 상어에게 물려 죽을 확률이 높다고 착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상어 출몰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해 과대 평가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인사 평가자들이 빠지는 ‘최신오류’
일상에서 최신효과의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 대한 업적 평가를 할 때 전체 기간의 실적을 평가하기보다 최근 실적이나 능력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원들은 업적평가 시기가 다가올수록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가 평가기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느슨한 근무자세로 돌아간다. 이런 회사는 잘 돌아갈 리가 없다.
 
주식시장은 최신효과가 춤을 추는 곳이다. 날이면 날마다 최신 정보, 충격적인 정보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 기간엔 투자에 유리한 정보만 귀에 들어오게 되므로 기회를 과대평가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주가 하락과 금융위기를 예측하는 신문기사를 봤을 때 투자자들은 최신효과가 작용해 앞으로의 위험을 과대평가한다. 위험을 과대평가하게 되면 주가 상승을 암시하는 정보를 무시하고 손실회피심리에 빠진다. 원금보장 상품이 먹혀드는 이유다.
 
대표적인 원금보장 상품이 저축성 보험이다. 이 상품은 사고나 질병 등을 보장해주고 납입한 보험금 원금과 확정이자까지 지급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비싸다는 것을 간과한다. 채권도 비슷하다. 투자자들은 손실회피심리 때문에 채권에 손을 댄다. 저축성 보험이나 채권상품에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재산의 대부분을 이들 안전자산에 묶어두는 것은 좋지 않다. 주식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손실이 두려워 안전자산에 가진 돈을 집중시키는 것은 물가상승률과 세금 등을 감안할 때 재산을 까먹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원금보장 상품은 오히려 주가가 정점을 칠 때 투자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투자자는 별로 없다. 그래서 증시가 좋을 때 원금보장 상품은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주가의 바닥 국면에선 금융회사들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공포에 사로잡힌 투자자를 상대로 원금보장 장사를 할 수 있다. 주가가 회복하면 원금보장 상품을 구매한 투자자는 원금을 지키는 대신 수익을 포기한 기회비용을 물어가며 불필요한 보장을 받는 셈이 된다. 경제엔 공짜가 없듯이 투자는 원금 손실이란 위험을 감수해야 수익이란 맛좋은 과실을 따먹을 수 있다. 원금보장도 되면서 수익도 좋은 금융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에서 최신효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관련이 깊다. 스마트폰 덕에 주식 투자자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매매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투자자들의 매매수단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였다. 그러나 이들 기기는 사무실이나 집이 아니면 사용이 불편하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든 주식매매를 가능하게 한다. 대신 투자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매매가 잦아지게 된다. 최신효과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이야기다. 잦은 매매는 여러 실험에서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 증권사가 2015년 한해 동안 자사 고객의 투자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주식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낮았다. 회전율 100% 이하 그룹의 연간 수익률은 7.1%인 데 비해 회전율 2000% 이상 그룹의 연간 수익률은 -18.4%였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는 2.4%, 코스닥은 2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더 낮아지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주식매매에 따른 수수료와 세금, 즉 거래비용이었다.
 
매매회전률 높을수록 수익률 낮아져
그렇다면 최신효과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최신효과의 주범인 최신 정보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고 계좌를 자주 확인하지 마라. 계좌를 틈만 나면 들여다 보는 투자자는 아무래도 조급증의 포로가 돼 매매회전이 빨라지게 된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놓고 매매를 하는 것도 자제하는 게 좋다. 장기 투자에 방해가 돼서다. 스마트폰보다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컴퓨터가 최신효과의 덫에 걸려들 가능성을 낮춘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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