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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킴 베이싱어는 국회서 시위하지만, '개 도살 금지' 법안은 여론 눈치만

중앙일보 2019.07.12 15:31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도살금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개 도살 반대 집회에서 동물권 운동가로 알려진 헐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도살금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개 도살 반대 집회에서 동물권 운동가로 알려진 헐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는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여러분이 대신 소리를 내 달라.”
 
초복인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미국 영화배우 킴 베이싱어는 이렇게 외쳤다.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기회'(LCA) 등 40여개 동물단체가 연대해 개고기 식용 반대 집회 자리에서였다. 베이싱어는 LCA 회원이다. 그는 “한국은 유일하게 개 농장이 있는 국가다. 동물에게 필요한 건 눈물이 아니라 도움이다. 한국은 용기를 가지고 대담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단체 회원들은 집회에서 복날 도살된 개를 추모한다는 의미로 도살된 개 모형을 쌓아둔 단상 앞에 향을 피우고 국화꽃을 헌화했다. 이들은 “일부 전통시장에서 개 도살이 점차 사라지고는 있으나 정부ㆍ국회 차원의 해결은 멀기만 하다”며 관련 법 통과를 촉구했다. ‘개 학살 방관자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라는 피켓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동물단체 회원들이 국회 농해수위를 비난하는 것은 개 도살 등을 막는 법안이 지난해 2건 발의됐지만, 농해수위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도살금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개 도살 반대 집회에서 동물권 운동가로 알려진 헐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도살금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개 도살 반대 집회에서 동물권 운동가로 알려진 헐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는 개가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축산법에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개 사육의 근거가 되고 있다. 개정안은 축산법에서도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으로 불리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법률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에만 도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동물의 생명권을 두텁게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특히 개 도살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도살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는데, 이 법에 개는 가축으로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식용개 사육 농민들이 개고기 찬성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식용개 사육 농민들이 개고기 찬성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개고기 식용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두 법이 발의됐지만, 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국회 논의를 본격화하기에는 여전히 찬반 여론이 팽팽해서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1월 여론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개 도살 금지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4.2%, ‘반대한다’는 응답이 43.7%로 오차 범위 내에 있었다.  
 
농해수위 전문위원도 이상돈 의원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동물 전반의 복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찬성 의견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팽팽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그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공청회 등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추가했다.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며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초복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며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동물단체가 국회 정문에서 개 도살 반대 집회를 벌일 때 약 10m 떨어진 곳에서는 개 사육 농민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개고기 시식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개권’을 외치는 자칭 동물구조, 동물보호 단체는 늙고 힘없는 개 사육 농민들을 상대로 감성 마케팅을 펼쳐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애완견과 식용견이 엄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각각 분리해 법제화하라”고 요청했다. 
 
국회가 개고기 관련 법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를 이날 국회 정문 앞 상반된 풍경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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