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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규제, 노동자가 피해" 한·일 노총 한밤 공동합의문

중앙일보 2019.07.12 10:10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한국노총과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連合·렌고)가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도쿄 렌고 본부에서 한국노총-렌고 긴급 회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리키오 코즈 렌고 회장은 11일 일본 도쿄 렌고 본부에서 긴급 회담을 가졌다. 한국노총의 요청에 의한 비공개 회담이었다. 이달 1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출 관리 운영 개정'에 관해서다.
 
장시간 회의 끝에 양국 노총은 4개항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합의문은 12일 한국노총과 렌고 홈페이지에 동시에 게재됐다.
경제뿐 아니라 노동자에 피해…양국에 문제 해결 촉구
①한국노총과 렌고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한·일 간 무역문제가 양국 경제뿐 아니라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② 두 정부는 신뢰관계에 근거해 진정성 있는 협의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③ 두 조직은 양국의 산업이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함과 아울러 필요에 따라 정부에 적절한 대책을 요청한다
④한국노총과 렌고는 한·일 간의 무역문제가 양국의 건전한 경제발전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의견을 함께 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리키오 코즈 렌고 회장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리키오 코즈 렌고 회장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한국노총과 렌고, 양국 정부에 합의문 전달 방침
렌고 측은 이 합의문을 일본 경제산업성 등에 전달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위원장도 우리 정부에 합의문을 전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렌고와의 협력에 의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무위로 돌아가면 국제 노동계에도 호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일 무역 분쟁을 국제 노동 차원의 문제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이번 합의는 국가적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노동단체가 외교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렌고 측, 일본 내 여론과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주저
김 위원장은 1일 일본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자 한국노총 산하 조직에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지시했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은 5일 일본 렌고에 긴급 회담을 제안했다. 일본 내에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찬성여론이 많은 데다 참의원 선거와 맞물린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렌고 측은 회담을 주저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해 성사됐다.
김주영 위원장 압박…성사되자 곧바로 도쿄행
김 위원장은 렌고 측의 회담 수락 사실을 전해 듣자마자 일본으로 향했다. 11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도쿄행 아침 비행기(오전 9시)에 몸을 실었다. 곧바로 도쿄 렌고 본부에서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일본 렌고와 회담을 할 생각을 했나.
"7월 1일 뉴스를 보고 우리 노동계에 미칠 파장이 걱정됐다. 경제 문제이기도 하지만 외교 문제여서 미묘하고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게 안 풀리면 결국 노동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렌고에 지난주 금요일(5일) 급하게 협의를 요청했다."
렌고의 반응이 궁금하다.
"렌고는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일본 내에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다. 참의원 선거도 있고 해서,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로 여겼다. 정치에 휘말리는 것을 렌고는 경계하지 않는가. 그래서 회담 성사 여부를 반신반의했다.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뜻밖에 회담 의사를 보내왔다."
렌고 측이 회담을 수용한 이유를 뭐라고 보나.
"여러 얘기를 종합하면 결국 양국 노동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고민에 공감했다. 한국노총과 렌고와의 오랜 우호 관계도 고려됐던 것으로 안다."
노동계가 무역 문제 해결을 위해 뛰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합의 내용이 밋밋하다는 느낌도 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렌고의 민감한 입장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내용이다. 양국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렌고 측은 이 합의문을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가.
"일본 경제산업성과 후생노동성에 전달하고 해결을 촉구할 것으로 알고 있다. 렌고가 조직 차원의 국제적 합의를 한 만큼 산하 조직도 같은 뜻을 가지고 움직일 것으로 본다."
향후 계획은 있나.
"렌고와의 공동보조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되지 않고 무역 분쟁이 확산하면 국제 노동계에도 호소할 방침이다. ITUC(국제노총) 등과도 협의할 방침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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