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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강소휘는 왜 눈물을 터트렸나

중앙일보 2019.07.12 08:00
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중 강소휘(왼쪽)과 김연경이 수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중 강소휘(왼쪽)과 김연경이 수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경 언니가 다독여줬어요."
지난달 20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 2019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5주차 폴란드와 마지막 경기를 마친 강소휘(22·GS칼텍스)는 울음을 터트렸다. 경기 도중 입은 복근 부상 때문이었다. 지난 9일 경기도 가평의 GS칼텍스 훈련장에서 만난 강소휘는 "경기가 끝난 뒤 너무 속상해서 울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 강소휘를 달래준 건 대표팀의 리더 김연경(엑자시바시)이었다. 강소휘는 "연경 언니가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 줬다. 고마웠다"고 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이 새로 부임한 여자 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주전급 선수 여럿이 빠졌다.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박정아(도로공사), 김해란, 이재영(이상 흥국생명), 이소영(GS칼텍스) 등이 부상을 이유로 결장했다. 주장 김연경도 터키 리그 일정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3주차 때부터 합류했다. 강소휘는 "벨기에전 승리 이후 분위기가 아주 좋았는데 이후 침체됐다. 선수들을 안아주고 달랬다"고 떠올렸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김연경에 작전 지시를 하는 라바리니 감독(왼쪽). [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김연경에 작전 지시를 하는 라바리니 감독(왼쪽). [연합뉴스]

그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도 김연경이었다. 강소휘는 "연경 언니가 온 뒤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연경 언니가 온 게 정말 컸다. 연경 언니는 직접 감독님과 대화를 할 수 있으니까 장난도 치고 그랬다. 사실 그 전엔 감독님과 몇 마디 못해 봤다"고 말했다. 함께 VNL에 출전한 한수지(GS칼텍스)도 "통역이 있을 때가 아니면 사실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러나 갈수록 서로의 배구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면서 나아졌다"고 전했다.
 
사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2주차 벨기에전 승리를 제외하면 4주차까지 1승11패로 최하위에 몰렸다. 핵심팀으로 분류돼 챌린지(2부) 강등은 없지만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홈경기에서 한국은 2승1패를 기록했다. 첫 경기인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선 아쉽게 2-3으로 졌지만, 일본과 폴란드를 연거푸 이겼다. 덕분에 불가리아를 제치고 16개국 중 15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VNL 5주차 폴란드전에서 승리한 여자배구 대표팀. [사진 국제배구연맹]

VNL 5주차 폴란드전에서 승리한 여자배구 대표팀. [사진 국제배구연맹]

VNL은 엄청난 강행군이다. 4주가 넘는 동안 '세계 일주'를 했다. 특히 한국은 매주 대륙을 넘나드는 등 참가국 중 가장 많은 이동을 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를 시작으로 마카오-미국 링컨-이탈리아 페루자를 거쳐 보령까지 무려 3만 ㎞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일본이나 중국이 편한 일정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강소휘는 "경기보다 비행기 타는 게 더 힘들었다. 근육이 저절로 빠졌다"고 했다.
 
복근 부상은 휴식이 필요하다. 강소휘도 팀 훈련에 합류했지만 아직 공을 쓰는 훈련은 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전날에도 병원을 다녀왔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정상적으로 훈련에 복귀하는 시점은 이르면 7월 말이다. 8월에 복귀한다는 생각으로 조급하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강소휘(왼쪽). [사진 국제배구연맹]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강소휘(왼쪽). [사진 국제배구연맹]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소휘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거의 전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VNL 몇 경기를 뛰었지만, 올해는 많이 성장한 거 같다.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공을 받고, 블로킹도 해봤다. 높은 블로킹을 뚫어보는 경험도 했다"고 전했다.
 
달라진 대표팀 분위기도 들을 수 있었다. 강소휘는 "라바리니 감독님은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매일 앉아서 비디오를 본다. '저런 걸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력분석 시스템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강소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코스 분석을 아주 잘 해주신다. 상대 세터 습관과 공격수 코스에 대한 분석이 잘 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강소휘의 표정에선 아쉬움이 가득했다. 부상 때문에 진천 선수촌에서 진행중인 대표팀 훈련에 불참해서다. 대표팀은 8월 2~4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을 앞두고 집중훈련 중이다. 강소휘는 "정말 아쉽다. VNL을 다 뛰었는데도 출전할 수 없으니까…"라면서도 "꼭 TV로 언니들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이소영(왼쪽)과 강소휘. [뉴스1]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이소영(왼쪽)과 강소휘. [뉴스1]

대표팀은 올림픽 예선에서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와 맞붙는다. 1위 팀만 도쿄행 티켓을 얻는다. 사실상 러시아와 한국의 다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한국보다 랭킹이 높고, 역대전적에서도 8승48패로 밀린다. 하지만 최근 10차례로 좁히면 3승7패다. 2011년 그랑프리, 2014년 그랑프리, 2018 VNL에서 이긴 적이 있다. 원정이란 불리함이 있지만, 충분히 해 볼만한 상대다.
 
강소휘도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번 VNL 때는 아쉽게 졌다(1-3패). 경기를 잘하다가 지쳐서 팀이 흔들렸다"며 "재영, 효진 언니가 오면서 대표팀 전력이 더 좋아졌다. 감독님과는 처음이지만 금세 적응할 것이다. 올림픽 예선 때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평군에 새롭게 문을 연 GS칼텍스 배구단 전용체육관. [사진 GS칼텍스]

가평군에 새롭게 문을 연 GS칼텍스 배구단 전용체육관. [사진 GS칼텍스]

소속팀 GS칼텍스의 다음 시즌에 대해서도 의욕을 드러냈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체육관으로 옮겼다. 숙소와 훈련시설이 합쳐졌고,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은 물론 식사 여건도 좋아졌다. 강소휘는 "너무 환경이 좋아졌다. 지난 시즌엔 봄배구를 했는데 이번에 수지 언니가 오면서 가운데도 강해졌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가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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