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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때 국민·공무원연금 100% 배우자 준 94명 왜?

중앙일보 2019.07.12 06:00 종합 18면 지면보기
JTBC 드라마 '더 이상은 못 참아'의 한 장면. 황혼이혼을 결심한 부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을 담았다.[중앙포토]

JTBC 드라마 '더 이상은 못 참아'의 한 장면. 황혼이혼을 결심한 부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을 담았다.[중앙포토]

서울에 거주하는 A(73)씨는 1988년부터 15년 3개월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러다 만 60세가 되던 2006년 6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월 연금액은 47만8000원이었다. A씨는 아내(71)와 관계가 점점 악화했고 별거에 들어갔다. 아내는 경기도 모처에 따로 살았다. 그러다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올 2월 이혼했다.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A씨는 다른 재산을 갖는 대신 국민연금은 전액 아내에게 넘기기로 합의했다. 올 3월 연금의 주인이 바뀌었고 이혼한 배우자가 전액 받고 있다.
 황혼이혼이 늘면서 연금을 분할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대개는 반반 나누지만 A씨처럼 전액을 배우자에게 넘기는 경우가 생긴다. 11일 국민연금공단·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81명, 공무원연금은 13명이 100%를 상대에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교직원 연금 수령자 중에서는 아직 100%를 넘긴 사례가 없다.

이혼 배우자에게 연금 전액 분할
국민연금 81명,공무원연금 13명
다른 재산 갖고 연금은 다 준 듯
수령액 올리려 위장이혼 의혹도

 분할연금은 부부가 이혼하면서 연금을 나누는 제도다. 이혼 여성의 빈곤 방지를 위해 국민연금은 99년, 공무원·사학연금은 2016년 도입했다. 국민연금은 3월 현재 2만9444명이 분할연금을 받고 있다. 2014년 1만1900명보다 47% 늘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나눈 경우가 88.4%다. 공무원연금은 2016년 94명, 2017년 128명, 지난해 141명으로 증가했고 모두 363명(남자 344명, 여자 19명)이 분할했다. 사학연금은 59명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분할연금은 전체 연금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산출해 절반씩 나눈다. 가령 100만원 중 부부 혼인기간의 연금이 80만원이면 40만원을 이혼 배우자에게 나눠줘야 한다. 국민연금은 2016년 12월부터 부부가 분할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2년 여 만에 81명이 생겼다. 81명은 모두 남성이 이혼한 배우자에게 100% 몰아줬다. 
 '100% 분할' 이유는 두 가지다. 류동완 국민연금공단 연금급여실장은 "부부의 재산에는 부동산·현금·연금 등 여러 종류가 얽혀있다. 이것저것 나누면서 연금을 전액 전 배우자에게 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찬희 인사혁신처 연금복지과장도 "다른 재산과 함께 나누면서 연금을 다 넘기는 경우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류 실장은 "자녀 보호 등을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평균 분할연금 액수는 국민연금이 19만원, 공무원연금이 119만원이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연금의 일부 '100% 분할'이 진짜 이혼이 아니라 위장 이혼이라고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령자가 숨지면 유족연금이 60%밖에 안 되는데, 위장 이혼을 해서 '100% 몰아주기'를 하는 게 훨씬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액수(평균 40만원)가 많지 않아 굳이 이렇게 할 동기가 크지 않지만, 공무원연금(평균 235만원)은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분할 비율이 유족연금 비율(60%)을 넘지 않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찬희 과장은 "분할연금 지급 비율은 법원의 결정 등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위장 이혼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사혁신처는 분할 비율 제한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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