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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김현종의 경고···日 경제보복으로 현실이 됐다

중앙일보 2019.07.12 05:00
“부품소재는 우리가 하루아침에 (일본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부품 소재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해외 인수·합병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백악관과 상하원 관계자와 만나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0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백악관과 상하원 관계자와 만나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출규제 조치 때문에 반도체 핵심 소재와 부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국면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15년 전인 2004년 8월 당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조찬 독대 자리에서 국내 부품 산업의 높은 대일 의존도를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건의한 내용이다. 
 
그가 바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다. 김 차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전격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미 외교전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김 차장은 백악관과 상·하원 관계자들을 만나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차장의 대미 외교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부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란 것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22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정부간 1차 협상을 하고 분야별 협상 의제에 합의했다. 양국은 2005년까지 협상을 마무리해 2006년 FTA를 시행할 계획이다. 2003년 12월 김현종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右)과 일본 후지사키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과 일본 정부는 22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정부간 1차 협상을 하고 분야별 협상 의제에 합의했다. 양국은 2005년까지 협상을 마무리해 2006년 FTA를 시행할 계획이다. 2003년 12월 김현종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右)과 일본 후지사키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 차장은 자신의 저서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에서 당시 한·일 FTA 협상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변호사를 거쳐 2003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자리에 통상전문가로 영입됐다.  
 
김 차장은 당시 일본이 한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산업 구조상 우리가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했다고 분석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피해를 우려한 분야가 부품 소재 분야였다.  
 
김 차장은 저서에서 “부품 소재 분야는 특히 불안했다. 일본은 전 세계 부품 소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우리도 일본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한국산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 소재의 평균 50% 정도가 일제이며, 이는 휴대전화 한 대의 약 60%에 해당하는 가치였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같은 해 6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에 앞서 노 전 대통령에게 한·일 FTA 협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29쪽 분량의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부품 소재 분야의 경쟁력이 약해 보호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결국 한·일 FTA 협상은 이듬해 중단됐다.

 
15년 전 김 차장이 우려했던 상황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책 마련을 위해 주요 경제계 인사를 초청한 간담회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기업인들은 부품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는 단기간 내 국내 부품·소재의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수·합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최대한 정부가 뒷받침할 테니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주요 기업 간 공동기술 개발, 대·중소기업 간 부품기술 국산화 협력 확대 등을 통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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