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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똥내, 폐쇄하라"…두테르테 분노, 제주는 부럽다

중앙일보 2019.07.12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태국의 유명 휴양지인 피피섬 마야베이 해변이 환경 오염으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폐쇄됐다. 사진은 폐쇄 전인 지난해 5월 마야 베이 해변에 몰린 관광객들. [AP=연합뉴스]

태국의 유명 휴양지인 피피섬 마야베이 해변이 환경 오염으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폐쇄됐다. 사진은 폐쇄 전인 지난해 5월 마야 베이 해변에 몰린 관광객들. [AP=연합뉴스]

태국 푸껫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피피 섬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중의 하나인 ‘마야 베이’가 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출연한 2000년 영화 ‘비치’에 등장해 유명해진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관광객 출입이 금지됐다. 매일 200척의 보트가 4000여 명의 관광객을 실어나르면서 산호가 사라지는 등 해양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청정 제주 사라진다<하>
관광객 ‘오버투어리즘’ 막을 대책은
피피섬 해변 매일 4000명 찾으며
산호 사라지자 관광 금지 처방

제주 연 1500만 찾아 수용한계
1인당 하루 1500원 환경세 검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태국 국립공원관리국은 1년 예정이었던 폐쇄 기간을 연장해 2021년까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에 어린 산호를 깊은 바다로 옮겨 심는 등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송탐숙사왕 태국 국립공원관리국 소장은 “자연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리 팀은 3개월마다 회복 상황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유명 관광 도시들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관광객 수 제한이나 세금 부과는 물론 아예 관광지를 폐쇄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두테르테 “보라카이는 시궁창”…6개월 폐쇄 
필리핀 보라카이 섬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폐쇄됐다.폐쇄 전 화이트 비치에 모인 관광객들. [중앙포토]

필리핀 보라카이 섬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폐쇄됐다.폐쇄 전 화이트 비치에 모인 관광객들. [중앙포토]

세부·보라카이 등 유명 휴양지가 있는 필리핀이 대표적인 사례다. 화이트 비치로 유명한 보라카이 섬은 연간 200만 명이 방문하면서 10억 달러(1조 1700억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한국에서도 매년 35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인프라로 인해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하수가 범람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하루 평균 100t에 달하는 쓰레기가 배출되지만 처리할 수 있는 양은 30t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보라카이는 시궁창이다. 내가 가봤더니 해변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 쓰레기가 있고, 물속에서는 똥 냄새가 난다”며 보라카이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필리핀 인부들이 보라카이섬 폐쇄 이후 하수관을 설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필리핀 인부들이 보라카이섬 폐쇄 이후 하수관을 설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후 필리핀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섬을 폐쇄했다. 지난해 10월에 문을 다시 연 이후에도 여행객의 숫자를 제한하고, 해변에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금지했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휴양지인 발리 섬 역시 급증하는 쓰레기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발리 환경청에 따르면 매일 3800t의 쓰레기가 나오는데, 이 중 60%만 쓰레기 매립지에서 처리되고 나머지는 해변에 쌓인다. 이에 발리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10달러(1만1700원)의 관광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돈은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등 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10년 새 관광객 급증…환경 문제 불러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에 관광객들이 찾아와 표를 끊고 있다. [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에 관광객들이 찾아와 표를 끊고 있다. [뉴시스]

국내에서도 오버투어리즘은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 전북 전주한옥마을, 부산 기장군 아홉산 숲 등에서는 급증한 관광객과 주민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09년 저가항공이 활성화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관광객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제주 관광객 수는 2008년 582만 명에서 지난해 1431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해마다 100만 명씩 관광객이 증가한 셈이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07년 23만 대에서 지난해 55만 대, 생활 쓰레기 발생량은 2007년 595t에서 2017년 1312t으로 늘었다. 결국 제주도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서 쓰레기·생활하수·대기오염 등 각종 환경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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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 제주대 산학협력단 연구원은 “제주도에서 예측한 것 이상으로 빠르게 관광객 수가 늘어나다 보니 쓰레기와 상하수도 문제 등 오버투어리즘의 전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제주도가 가진 ‘청정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할지 환경 정책의 청사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세 도입 검토…“지속가능한 관광 전환해야”
제주 광치기해변과 성산일출봉. [중앙포토]

제주 광치기해변과 성산일출봉. [중앙포토]

관광객 증가에 따른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자 제주도 내에서도 여러 대책이 논의됐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숙박·전세버스·렌터카 사용료에 일정액을 부과하는 ‘환경보전 기여금’ 제도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숙박 시 1인당 하루 1500원, 렌터카는 하루 5000원(승용차 기준) 등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환경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세를 걷더라도 지나치게 큰 액수를 부과할 수도 없어 실제 관광객 수를 억제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고철주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은 “환경보전 기여금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관광업계의 반발이 커 현재 여론 수렴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양적으로 팽창해 온 제주 관광 정책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관광객들은 환경 자원을 보고 제주도에 오지만 지금의 제주 환경은 ‘청정 제주’라고 보기엔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수용력을 넘어선 관광객에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김정연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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