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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엘튼 존과 에이티즈 팬의 공통점

중앙일보 2019.07.12 00:19 종합 28면 지면보기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정효식 워싱턴특파원

엘튼 존이 1970년 8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트할리우드의 유명 나이트클럽 트루바두르에서 첫 공연을 했을 당시 스물세 살. 이날 같은 신인 미국 가수이던 닐 다이아몬드의 소개를 받아 공연을 시작한 뒤 피아노를 잡고 두 발로 박차 올라 몸을 띄우는 ‘공중부양’을 선보였다(왼쪽 사진). 이 공연 전까지 그는 영국에선 첫 앨범을 실패한 무명 가수였다. 작사가이자 친구인 버니와 어머니와 의붓아버지 집 여분의 방에 얹혀 살며 세션맨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영국으로 귀환할 때는 “록의 구세주”가 돼 있었다. (가디언 5월 26일자 인터뷰)
 
글로벌 아이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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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은 미국 상륙 전부터 열광적 인기가 있었던 비틀스와 달랐지만 1960년대 ‘영국의 침공’이라고 불리며 미국 음악계를 휩쓴 영국 가수들의 계보를 잇는 것이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영국과 미국이 대중문화를 공유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국과 미국의 팝 스타들이 최근까지도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를 함께 휩쓰는 건 드문 일은 아니었다.
 
2019년 7월 6일. 한국의 19~21살 8인조 밴드 에이티즈(ATEEZ)가 데뷔 8개월 만에 다른 1, 2년 차 네 팀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무대에 섰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1972년, 레드 제플린 1973년, 비틀스의 리더 존 레넌이 1974년 엘튼 존의 콘서트에 참여해 생애 마지막으로 섰던 바로 그 무대다.
 
이날 K팝 신인 그룹들의 공연에 팬 2만여명이 객석을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함께 춤을 추고 한국어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다. 친구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에이티즈를 직접 보기 위해 날아온 앨리슨(15·오른쪽)은 “아침에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밝은 하루를 보낼 수 있고 내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줬다”고 했다. “K팝은 언어가 다르고, 생김새는 다르더라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무언가 강력한 힘이 있다”고 하면서였다. 한국의 10대 K팝 팬이나 30~40년 전 영국이든 미국이든 팝과 로큰롤을 즐겼던 어른들도 똑같이 생각했을 얘기였다.
 
빌보드와 오피셜 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싱글 곡이 지난주 일본 오리콘 주간차트 정상에도 올랐다. 다른 한편에선 한·일 갈등으로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여행도 가지 말자는 여론도 있다고 한다. 우리 외교관도 일본 정부의 부당한 무역규제엔 분통을 터뜨리는 이가 많다.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 문화는 문화다. 일본처럼 문제를 뒤섞고 민족주의적 극한 대결로 가선 ‘노답’이다. 우리 정부가 대화와 전방위 외교로 사태를 해결하려 방향을 잡은 건 정말 다행스럽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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