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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사회적경제의 시대

중앙일보 2019.07.12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7월 첫째 주는 사회적경제 주간이다. 7월 1일은 ‘사회적기업의 날’, 7월 첫째 주 토요일은 ‘세계협동조합의 날’로 한주 내내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회적경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회적경제는 이윤보다 사람을 중시하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경제활동을 지칭하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마을기업이 주요 조직 유형이다. 비록 서구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2018년 기준으로 2만5천 개에 이르는 우리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불평등·양극화·환경파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및 사회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윤보다 사람을 더 중시하는
사회적경제의 민주적 가치와
참여·협력의 정치가 주목받아
진영 논리로만 비난은 피해야

지난 2일 ‘아시아, 사회적경제 충격을 넓히다’를 주제로 개최된 2019 사회적경제 국제포럼에는 아시아 각국의 정부, 학계, 유엔, 시민사회 분야 사회적 경제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해 아시아 사회적 경제의 현황과 과제를 논하고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서구로부터 시작된 사회적경제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여 그 파급력을 넓히고 있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외국 참가자들은 사회적경제의 아시아 리더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관심도 지대하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회적가치기본법’안을 보면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성장도 더 이상 불가능함을 증명했고. 대다수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데도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이제는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국가시스템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그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는 2015년 유엔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궤를 같이한다. SDGs는 기존의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달리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총 17개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넘어 사회통합과 환경보존 등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제반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유엔은 경제 분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기치를 내세우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중요한 SDGs 이행 수단으로 보고 있다.
 
요컨대 시민사회뿐 아니라 공공 부문과 기업 부문, 국내를 넘어 아시아와 글로벌 차원에 이르기까지 사회적경제 논의와 담론이 확산·수용되고 있다. 어쩌면 시장적 가치에 매몰되었던 신자유주의 시대와 대비되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여하튼 필자는 사회적경제 패러다임의 정치적 함의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회적경제의 민주적 잠재력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이윤 추구의 목적과 1주 1표의 원리로 조직된 일반 기업과 달리 1인 1표의 원리와 자치와 참여, 협동과 연대,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민주적·공적 가치에 기초해 활동한다. 사회적경제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민주주의 학교와 훈련장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신자유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이 자유화, 시장화, 탈규제의 이름으로 국가의 후퇴와 정치적 개입의 축소를 주장했다면 사회적 가치 시대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은 적극적 의미의 참여와 협력의 정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시장주의의 폐해와 국가 주도적 통치 방식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한다. 나아가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면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사회적경제 부문) 행위자들 사이의 협력적 실천을 통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즉 사회적경제에 있어선 민관협력의 협치(協治·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셋째,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공공외교 또는 기여외교의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위에 지적했지만 2019 사회적경제 국제포럼에서 주최 측인 고용노동부와 사회적기업진흥원은 아시아 사회적기업 협의체를 구축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아시아 사회적경제 허브 역할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ODA)의 수단으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파트너로 활용하는 한국국국제협력단(KOICA)의 성공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넷째, 이러한 사회적경제의 가치와 가능성을 고려할 때 사회적경제에 대한 보수 진영 일각의 비판적 시각은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경제가 좌파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며 심지어 사회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은 특정 정파적 시각과 진영 논리에 치우친 오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육성법과 협동조합기본법이 이명박 정부 때 제정되었으며, 영국판 사회적경제,사회적 가치 정책이라 할 수 있는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도 블레어의 보수-자유 연립 정권 때 추진되었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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