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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연합호위 ‘트럼프 청구서’ 왔다, 정부 “미와 소통 중”

중앙일보 2019.07.12 00:03 종합 6면 지면보기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사건이 발생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비 청구서’가 각국에 날아들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해상 호위를 위한 연합체 구성을 사실상 요청하면서다.
 

원유 3분의 1 지나는 호르무즈
트럼프 “왜 보상없이 보호해주나”
일본 등 이해관계국에 의사 전달
미국, 이란 향한 군사압박 목적도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미국으로부터 연합함대 구성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미 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항해의 자유 그리고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이런 구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면 한국도 당연히 그 구상에 대해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연합체에 참여하라는 직접적 요청은 없었지만, 미 측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뒤 열린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두 정상은 최근 발생한 유조선 피격사건 등 중동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한 우려에 공감했다. 우리는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물밑에선 양국 간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대행과 만나 중동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던퍼드 합참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나라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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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느 나라가 미국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방위에 나서게 될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만 요청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어떤 나라가 연합체 구성에 정치적 지지 의지를 갖고 있는지 파악할 것”이라며 “연합체 구성에 구체적으로 어떤 자원을 지원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군대와 직접 협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의 연합체 구성이 완료되면 미국의 대이란 군사적 견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연합체는 해당 해협에서 유조선과 상선을 호위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3분의 1이 지나는 해상 요충지다.
 
일본 정부는 연합체 참여 여부와 자위대 파견을 위한 법적인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지난달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호 피격으로 일본은 직접 피해를 보았다. 노가미 고타로(野上浩太郞) 관방부 부장관은 10일 “호르무즈 해협 항해의 안전 확보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연합체 협력 요청에 대해선 “미·일은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국은 원유의 91%를, 일본은 62%를 그 해협(호르무즈)에서 얻고 있고 많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왜 우리가 다른 나라를 위해 보상 없이 보호하고 있나”라고 썼다. 이어 “모든 나라는 위험으로부터 자국 선박을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 연합 호위를 위한 미국의 연합체 계획은 트럼프식 ‘보호비 청구서’인 셈이다.
 
유지혜·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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