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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오나···유엔사, 전력 제공국 늘린다

중앙일보 2019.07.12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2013년 6월 비무장지대(DMZ)의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

2013년 6월 비무장지대(DMZ)의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올해 초 참가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앞으로 유엔사를 실질적인 다국적 군사기구로 바꾸려는 의도에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미국이 일본을 유엔사에 참여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엔 6·25 때 파병국가 중심
일본엔 유엔사 후방기지 7곳
“미국, 일본 집어넣으려는 의도”
국방부 “일본 포함 논의된 적 없어”

 
정부 소식통은 “유엔사가 지난 1월 전력 제공국(Sending States)의 법적 자격을 검토했다”며 “그 결과 유엔 회원국이라면 전력 제공국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력 제공국은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병력과 물자를 보내겠다는 국가들이다. 6·25전쟁 때 16개 파병 국가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현재 미국·영국·프랑스·호주·캐나다 등 모두 17개국이다. 전력 제공국은 유엔사에 참모나 연락 장교를 보낸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6·25 전쟁 당시 유엔 회원국이 전력 제공국의 요건이라는 게 다수의 해석이었다”며 “하지만 이젠 유엔사의 실질적 대주주인 미국이 전력 제공국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이 전력 제공국 숫자를 늘리려는 것은 유엔사의 몸집을 키워 궁극적으론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지난 1월 유엔사에 장교 20명을 파견해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다<중앙일보 8일자 14면>. 또 독일과 협의해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 장교를 받으려다 한국 측 반대로 무산됐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대령)은 “우리 정부와의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취해진 조치였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다른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독일과 유엔사 관련 논의를 했다는 것은 독일을 18번째 전력 제공국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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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가 만들어진 뒤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역할만을 담당하면서 조직과 권한이 축소됐다. 그런데 미국은 2014년부터 유엔사에 다시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9일 내놓은 ‘2019 전략 다이제스트’라는 발간물에서 유엔사를 “다국적군 통합을 위한 기반 체제를 제공하여 다자간 참여를 조율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박원곤 한동대 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은 유엔사를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미국이 정치적으로 더 상위인 유엔사를 통해 연합사를 주도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동아시아판 나토(NATO)로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엔사 확대의 숨은 변수는 일본이다. 유엔사는 50년 7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만들어진 뒤 57년 7월 1일 서울로 이전했다. 일본엔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이 있다. 유사시 전력 제공국의 병력과 장비는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에 집결한 뒤 한국으로 보내진다. 유엔사는 일본에 유엔군후방사령부도 따로 뒀다. 사령관은 호주 공군 대령이다. 그래서 이미 유엔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일본을 공식적인 전력 제공국으로 인정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일본의 유엔사 포함 문제는 논의된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삼각동맹을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도 일본을 유엔사에서 계속 배제할 수 있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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