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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꽃범호

중앙일보 2019.07.12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KIA 3루수 이범호가 13일 광주 한화전을 은퇴경기로 치른다. 그는 20년간 꾸준한 활약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양광삼 기자]

KIA 3루수 이범호가 13일 광주 한화전을 은퇴경기로 치른다. 그는 20년간 꾸준한 활약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양광삼 기자]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 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후략)
 

KIA 3루수 이범호 13일 은퇴 경기
20년간 큰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
2009 WBC서 9회 결승 동점타
통산 만루홈런 17개 최다 기록

시인 이형기의 시 ‘낙화’의 구절처럼 프로야구를 빛낸 꽃 한 송이가 떠난다. KIA 타이거즈 3루수 이범호(38)가 13일 은퇴경기로 현역 생활을 마친다. 최고 3루수는 아니었지만, 20년 동안 꾸준했던 그에게 팬들도 큰 박수를 보냈다.
 
2015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범호는 KIA와 ‘3+1년’ 계약을 했다. 올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다. 몇 년간 그를 괴롭힌 부위다. 4월부터 1군에 합류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난달 18일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20년 간의 프로 생활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이범호는 “35, 36살부터 ‘스스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야구를 그만하자’고 생각했다. 올해 2군에 머물며 ‘길어야 1년 정도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 떠나자’고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최근 공격·수비·주루 모두 뛰어난 후배 박찬호(24)를 보며 “안심하고 떠나게 됐다”고 했다.
 
이범호는 자신을 “화려한 선수가 아니고 평범했다. 20년이나 야구를 할 줄 몰랐다”고 낮췄다. 그는 김동주(전 두산), 최정(SK), 박석민(삼성) 등 경쟁자에 가려 최고 자리에는 서지 못했다. 그래도 늘 묵묵하게 제 역할을 했다. 처음엔 팬들이 투박한 외모를 놀리는 뜻에서 ‘꽃범호’라고 불렀다. 하지만 결국 실력으로 ‘꽃’처럼 피어났다.
 
대구고 시절의 이범호는 평범한 내야수였다. 당시 한화 스카우트 팀장 정영기 전 2군 감독은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2000년 1라운드 전체 8순위, 예상보다 앞에서 뽑혔다. 입단 3년 차인 2002년 주전으로 도약했다. 강한 어깨와 안정된 수비가 돋보였다. 통산 타율(0.271)에 비해 장타력이 뛰어났다. 통산 홈런 329개. 그보다 홈런을 더 많이 친 선수는 이승엽, 양준혁, 장종훈, 이호준 등 4명뿐이다. 몸 관리도 잘해 30대 중반까지 매년 100경기 이상 소화했다. 통산 최다 만루홈런(17개)이 보여주듯 찬스에 강했다.
 
이범호 야구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2009년이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2009년 2회 대회에서도 국가대표 3루수로 활약했다. 이범호는 수비는 물론, 찬스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특히 2-3으로 뒤지던 일본과의 결승전 9회 말 2사 1, 2루에서 일본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동점타를 때렸다. 연장에서 져 준우승했지만, 그의 한 방은 야구팬들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2009시즌 뒤 FA가 된 이범호는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했다. 1년 만에 일본 생활을 마치고, KIA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부터 타이거즈 선수였던 것처럼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KIA의 취약 포지션 3루를 메웠고, 주장까지 맡았다. 2017년엔 KIA의 V11에 기여했다.
 
이범호는 12일 삼성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역대 13번째 2000경기 출장을 기록했다. 구단은 13일 홈에서 열리는 한화전을 은퇴경기로 준비했다. 한화가 그의 친정팀이기도 해서다. 이범호는 “절친한 후배 김태균(37)과 포옹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단은 이날 선착순으로 관중 2000명에게 2000경기 출장을 기념하는 장미를 한 송이씩 나눠준다. 대구고 시절 은사인 박태호 감독(현 영남대 감독), 정영기 감독과 친한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꽃다발을 전할 예정이다. 아들(황)과 딸(다은)이 각각 시구·시타자로 나서며 이범호가 공을 받는다. 선수들은 이날 ‘25번 이범호’를 수놓은 유니폼을 입는다.
 
은퇴식 행사는 경기 후 열린다. ‘만루홈런 사나이’ 이범호의 마지막 만루 타석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부인 김윤미씨의 송별사, 그라운드 퍼레이드, 선수단 헹가래 등이 이어진다. ‘플라워’ 멤버 고유진이 직접 부른 헌정곡도 연주된다. 입장권은 이범호의 등 번호인 25와 별명인 꽃으로 디자인된 은퇴식 엠블럼 디자인으로 특별 제작한다. 가격도 25% 할인한다. 이범호는 “팬들에게 받은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범호는
출생 1981년 11월 25일, 경북 의성
학력 경운중-대구고
포지션 3루수(우투우타)
연봉 6억5000만원(2019년)
경력 2000년 한화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입단
2005, 06년 골든글러브(3루수 부문)
2009년 WBC 국가대표(베스트 3루수)
2010년 일본 소프트뱅크 입단
2011년 KIA 입단
2019년 은퇴
통산기록 1999경기 1727안타(21위) 329홈런(5위)
1127타점(8위) 타율 0.271(10일 기준)
주요기록 통산 최다 만루홈런 1위(17개)
통산 준플레이오프 홈런 1위(7개)
김효경, 광주=박소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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