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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이’ 못 만들어…40조원 천식약 시장 쳐다만 봤던 한국

중앙일보 2019.07.12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한국유나이티드 제약이 개발에 성공한 흡입형 천식 치료제. [사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국유나이티드 제약이 개발에 성공한 흡입형 천식 치료제. [사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연 40조원에 달하고, 특허 장벽도 없는데 국내 제약사들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약품이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천식 치료에 쓰이는 ‘흡입형 치료제’ 시장이 그렇다. 흡입형 치료제란 일정량의 약물을 흡입기로 뿜어낸 뒤 이를 직접 폐에 도달토록 하는 기구와 약을 뜻한다. 천식과 COPD 등 호흡기 질환 치료에 필수다. 호흡기 질환은 그 특성상 먹는 약은 효과를 그리 크지 않다. 주사제는 값이 매우 비싼 데다, 환자 스스로 투약하기 어렵다. 국내 흡입형 치료제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선이다.
 

국내 제약사 2곳서 약물 만들고도
난제였던 100만분의 1g 흡입기
한국유나이티드가 첫 개발 성공

사실 천식과 COPD는 꽤 흔한 질환이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한국인의 COPD 유병률은 약 10% 선이고 매년 6000명 이상이 COPD로 사망한다. 65세 이상 남성 중 2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해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144만3200여 명에 달한다. 천식은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지만, COPD는 기관지나 폐의 영구적인 손상으로 환자의 상태가 계속 나빠진다는 게 차이다.
 
현재 전 세계 흡입형 치료제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GSK가 만든 흡입형 치료제인 세레타이드는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품 중 3위를 기록할 정도의 수요를 자랑한다. GSK의 지난해 흡입형 치료제 매출은 69억 파운드(약 10조1480억원)에 달한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흡입형 치료제 시장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건 약물 자체보다 약물을 분사시키는 흡입기를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흡입형 치료제의 경우 마이크로 그램(μg) 단위로 분사되는 약물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μg은 100만분의 1g이다. 특허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도 흡입기 생산 라인 하나를 구축하는 데 200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흡입형 치료제의 흡입기는 에어로졸형(MDI)과 분말형(DPI)의 두 가지가 있다. 에어로졸형은 작은 원통형의 약통 속에 약물과 추진제가 함께 들어있다. 개발비나 생산설비 관련 비용이 적게 들지만, 약물의 폐 전달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환자가 조작하기 어렵다. 가스 추진 방식이다 보니, 약물의 분사 속도가 사람의 흡입 속도보다 훨씬 빨라 약물의 대부분이 폐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이나 목 안에 달라붙어서다. 분말형은 환자가 숨을 들이쉴 때 약물이 딸려 나오는 방식이다. 에어로졸형보다 개발비는 많이 들지만, 환자가 사용하기에 쉽다. GSK의 흡입형 치료제가 이 방식이다.
 
흡입형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국내 제약사도 속속 늘고 있다. 한미약품은 흡입형 치료제에 들어가는 약물(플루테롤)을 국산화했다. 대원제약도 올해 초 흡입형 치료제 복제약인 ‘콤포나콤팩트에어’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흡입기를 개발하진 못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약물은 물론 분말형(DPI) 흡입기까지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흡입기 개발에만 2년여의 세월이 들었다. 흡입기의 개념 설계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직접 하고, 상세 도면 제작은 외주 업체를 활용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흡입기 개발을 주도한 이 회사 강원호 이사는 “수많은 시행 착오를 반복한 끝에 흡입기 관련 특허를 3개 내는 등 상품화의 코앞까지 왔다”며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수출 문의가 오고 있으며, 흡입기 자체 개발에 실패한 일부 일본 업체들도 관심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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