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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방은 허용했지만 '모인'은 보류…생색만 살짝 낸 규제 샌드박스

중앙일보 2019.07.11 17:31
#. 2016년 9월 21일,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 송금 서비스 업체인 모인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금융감독원장 상을 수상했다. 2017년 새로 도입된 정부의 ‘해외송금업 면허(라이선스)’ 규정에 맞추기 위해 자본금·인력·전산설비 등을 확충했다. 하지만 모인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앙꼬’인 블록체인 기술만 빼고 해외 송금 업무로만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모인은 올 1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의 문을 두드렸다. 1호 신청자가 됐지만 심의조차 오르지 못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11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4차 회의 안건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보류’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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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10ㆍ11일 규제 샌드박스 지정 여부를 놓고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규제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과기정보통신부는 11일 4차 심의위원회를 열어 총 8건 중 4건에 대해서만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지정했다. 택시 동승 중개 서비스, 태양광 발전 모니터링 서비스, QR코드 기반 O2O 결제 서비스 등이다. 모인에 대해선 추후 재심의(보류)하겠단 결론을 냈고, 택시 앱 미터기(3건)에 대해선 “국토부가 관련 기준을 마련하라”는 권고 의견을 냈다. 
 
 하루 앞선 10일 산업통상자원부도 4차 심의위원회를 연 뒤 총 6건 중 4건에 대해서 실증 특례(3건)와 임시허가(1건)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용 범위가 좁아 생색내기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규제 샌드박스란 모래 놀이터처럼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임시허가를 내주거나 실증특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규제가 없는 경우 임시로 사업을 승인해 주고(임시허가), 규제가 있는 경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사업을 허용해 주는 제도(실증특례)를 말한다. 일단 시작해 보고 문제가 생길 경우 허가나 특례를 취소하면 되기 때문에 유연하게 신사업을 개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위험하단 이유로 판단을 보류했다. 과기정통부 심의위원회는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송금 속도 등의 기대 효과로 인한 찬성 의견이 있었지만, 자금 세탁 위험과 가상통화 투기 과열 등 전체 국민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찮았다”며 “추후 관계 부처 간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향후) 심의위원회에 상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 이에 대해 “개인의 돈을 암호 화폐로 거래하는 게 아닌, 해외 은행과 암호 화폐로 거래하는 것으로 자금 세탁의 우려가 없다”며 “암호화폐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극히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된 이유가 제한된 환경과 통제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게 하자는 것인데, 서비스를 시작조차 못하게 하는 건 샌드박스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토로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심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어떻게 회계상의 투명성을 담보할지에 대해 검토하면 된다”며 “블록체인 자체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과도한 규제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동 킥보드 역시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서비스가 허용됐다. 산자부가 지난 10일 실증 특례를 허용한 ‘킥고잉(올룰로)’과 ‘고고씽(매스아시아)’의 경우, 오는 9월부터 경기 시흥시 정왕역 인근(킥고잉)과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인근 3~5km 가량(고고씽)에서 자전거도로 주행이 가능해진다. 킥고잉 측은 “특정 지역이지만 자전거도로 주행이 합법적으로 허용된 첫 사례”라며 “다른 퍼스널 모빌리티 업체들에도 법적 기준 마련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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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공유주방이나 조건부 허가를 받은 택시 동승 중개 서비스 등은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위쿡(심플프로젝트컴퍼니)은 11일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민간 공유주방 중 최초다. 위쿡 사직지점에서 생산한 음식은 서울 전역에서 유통과 판매가 가능해지고, 한 개 주방으로 여러 사업자가 영업신고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간 공유주방은 ‘한 개 주방에 한 개 사업자 등록만 가능하다’는 현행 식품위생법에 묶여 실질적인 공간 공유가 불가능했다. 또한 기존 B2B 판매 식품 제조시설이 공장 수준의 설비를 갖춘 ‘식품제조업’만 가능했던 것에서 공유주방 같은 ‘즉석판매제조가공업’으로 확대됐다. 위쿡은 “별도 생산 공간이 없는 개인 사업자라도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서울 내 마트ㆍ편의점ㆍ온라인 마켓부터 지역 식당이나 카페에 납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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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ㆍ김정민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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