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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워싱턴행, 강경화는 폼페이오 통화···대미설득 총력전

중앙일보 2019.07.11 13:44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정부 외교ㆍ안보라인이 대미 총력전에 나섰다. 각료급부터 실무급까지 각기 자신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를 대상으로 전방위 설득에 돌입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을 방문했다. 예고된 방미가 아니었다.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미 백악관 그리고 상ㆍ하원을 다양하게 만나서 한ㆍ미간 이슈들을 논의할 것이 많아서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때문에 미국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하자 “당연히 그 이슈도 논의할 거다”라고 답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임하는 ‘정부의 비상한 각오’를 밝혔는데, 김 차장이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는 청와대-백악관 간 채널을 직접 가동할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김 차장은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만날 예정이다. 일본의 보복 조치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설명하고, 한국이 제재를 위반해 전략물자를 북한으로 빼돌렸다는 일본의 주장이 허위라는 점도 객관적 자료 등을 근거로 강조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도 이날 롤랜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ㆍ개발담당 부차관보와의 한ㆍ미 고위급경제협의회(SED) 국장급 협의를 위해 워싱턴에 도착했다. 김 국장은 마크 내퍼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도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알린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나기 위해 다음 주 방미한다.
10일 밤(한국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 통화도 이뤄졌다. 통상 한ㆍ미 외교장관 간 협의의 주된 의제는 북핵이나 한ㆍ미동맹이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는 우리 기업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계를 교란해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조치 철회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또 “이는 한ㆍ일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 및 한ㆍ미ㆍ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의 보복 조치가 북핵 대응 등을 위한 한ㆍ미ㆍ일 3각 공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이번 통화는 강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 중 이뤄졌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다. 외교부는 일본의 보복 조치 발표 이후 계속 한ㆍ미 외교장관 간 통화를 추진해왔는데, 폼페이오 장관의 일정과 맞출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를 잡다 보니 부득이하게 강 장관이 해외에 있을 때 전화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통화는 한국 시간으로 10일 밤 11시 45분부터 15분 간 이뤄졌다. 아디스아바바 현지 시각으로는 오후 5시 45분이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사흘레 워크 제우데 에티오피아 대통령 예방,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헌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지만 폼페이오 장관과의 통화를 최우선에 뒀다고 한다. 외교부는 일본 조치와 관련해 한ㆍ미 간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일부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통화 직후인 11일 새벽 2시 1분에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답변은 다소 원론적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이해를 표명했다”는 게 외교부가 소개한 폼페이오 장관의 반응 전부다. 외교적 협의에서 이해한다(understand)는 상대방의 입장을 잘 알겠다는 뜻이다. 동의한다(agree), 같은 생각이다(on the same page), 지지한다(support) 등과는 결이 다르다. 외교부는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한ㆍ미 및 한ㆍ미ㆍ일 간 각급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한ㆍ미 장관의 통화와 관련,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정부는 17일에는 서울에서 대미 설득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취임 뒤 처음으로 방한해 청와대 및 외교부 인사들과 상견례를 하는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상대해서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에 오기 전 일본을 먼저 들를 예정이라 정부는 더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강 장관도 당초 아프리카에 더 길게 머물 계획이었지만, 스틸웰 차관보와의 면담을 위해 일정을 당초보다 줄였다고 한다. 강 장관은 16일 귀국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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