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사히·기린·삿포로 아예 안 나간다"…'보이콧 재팬' 확산

중앙일보 2019.07.11 11:52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일본 맥주. 중앙포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일본 맥주. 중앙포토

"아사히·기린·삿포로 아예 안 나간다"
서울 쌍문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고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씨는 "대학가 주변이라 방학을 맞아 손님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대신 호가든·블랑은 그전보다 더 팔린다"고 말했다.  
 
신상우 CU독립문 점주는 "아사히 등 일본맥주가 절반 정도 빠졌다.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단 "왜 편의점서 일본맥주를 팔고 있냐며 항의하는 손님은 아직 한 명도 없었다. 스스로 일본맥주 대신 다른 수입맥주를 사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서 '일본맥주 보이콧'이 뚜렷하다. 중앙일보가 11일 서울 시내 편의점주 10명을 전화 인터뷰한 결과 11개 점포 중 9곳이 "일본맥주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답했다. '보이콧 재팬'은 여론에 민감한 20~30대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군포·안양에서 각각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을 하는 홍모씨는 "군포는 유흥·숙박업소가 몰린 20~30대가 주 소비자인데 이달 들어 일본맥주가 거의 안 팔린다"며 "아사히의 경우 지난달에 한 박스(24개 캔)씩 나갔는데, 최근 하루 1~2개 팔린다"고 했다. 이어 "편의점주 커뮤니티에서 '오늘 아사히 몇캔이나 팔았냐'가 화제"라며 "대부분 하루 한두개 나간다고 답한다"고 덧붙였다.  
 
반응이 미미한 곳도 있다. 서울 화곡동·수유동 점주는 "큰 차이 없다"고 답했다. 화곡동 점주는 "주택가라 30~40대 남녀가 맥주 소비층인데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역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수유동 점주는 "맥주는 연령대 구분 없이 잘 팔리는데, 아사히의 경우 지난달에 10~20캔 정도 나가다가 요즘도 10캔 안팎으로 팔린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아베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처를 내린 이후 소비자단체 등은 '일본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맥주·일본차 등이 대상이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수입맥주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사히맥주가 타깃이 됐다. 아사히는 일본 아사히그룹과 롯데가 각각 지분 50%를 소유한 롯데아사히주류가 수입해 판매한다.    
 
편의점 본사가 집계한 판매 수치에서도 이달 들어 일본맥주 판매가 주춤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이달(1~10일) 일본맥주 판매가 지난달 말 열흘(6월 21~30일)보다 18.6% 줄었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기간 국산맥주 판매는 3.5% 증가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같은 기간 일본맥주 판매가 19.4% 줄었다고 이날 밝혔다. 반면 국산맥주는 6.9% 증가했으며, 수입맥주는 0.2% 늘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은 일본맥주 판매가 14% 줄었다고 이날 밝혔다. 편의점 3사의 일본맥주 판매가 15%가량 감소한 셈이다. 3사의 편의점 시장점유율은 약 80%다.  
 
편의점서 '보이콧 재팬'은 맥주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산 담배인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는 줄지 않았다. 10명의 편의점주 모두 "메비우스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홍씨는 "맥주는 대체재가 많지만, 담배는 기호품이라 원하는 것만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맥주 판매 감소에 점주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맥주 보이콧'이 맥주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일본맥주뿐만 아니라 국산맥주도 6.3% 감소해 전체 맥주 판매가 7.1% 줄었다. 최근 '윤창호법' 시행으로 저녁 늦은 시간 음주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점주는 "일본 보이콧에 윤창호법까지 겹쳐 맥주 판매가 줄었다"며 "아직은 맥주에 한정되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인 포카리스웨트·데미소다 등 이온음료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본여행 취소 움직임도 있다. 일본 전문 여행사인 NHN여행박사는 최근 1주일 동안 15건가량 예약이 취소됐다. 여행박사 관계자는 "패키지와 개별여행을 합해 15팀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에 (취소와 관련한) 문의가 많았고, 이번 주에 줄었다"고 덧붙였다.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도 "일본여행 취소했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서 팔리는 맥주의 경우 브랜드 상관없이 '1만원에 4캔'으로 팔리기 때문에 일본맥주 대신 다른 대체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매운동이 동력을 갖고 장기적으로 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 의한 불매운동은 기업의 큰 과실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경우는 외교 문제가 발단된 경우 지속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