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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매력 사라졌나···믿었던 외국인 투자마저 반토막

중앙일보 2019.07.11 10:30
올해 상반기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급감했다.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글로벌 투자 위축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에 따른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기준’으로는 9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157억5000만 달러)에 비해 58억8000만 달러(37.3%) 줄었다. 실제 투자가 이뤄진 ‘도착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102억2000만 달러에서 56억1000만 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따라 정부의 ‘5년 연속 200억달러 투자 유치’라는 목표도 비상등이 켜졌다. 투자위축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선방했던 외국인투자마저 얼어붙은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신고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86.3% 감소한 3억달러, 도착기준은 90% 감소한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내 부채 리스크와 금융부실 확산에 따른 자본유출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해외투자 여력이 감소한 것으로 산업부는 풀이했다.
 
이달부터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선 일본도 상반기 국내 투자가 많이 줄었다. 신고기준은 38.5% 감소한 5억4000만 달러, 도착기준은 51.2% 감소한 3억3000만 달러였다. 산업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해외투자보다는 국내투자에 자본이 집중돼 한국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신고기준은 3.1% 증가한 31억1000만 달러, 도착기준은 65.8% 감소한 6억3000만 달러였다. EU는 각각 41.5%ㆍ12.5% 감소한 26억8000만 달러, 29억2000만 달러였다.
 
투자 유형별로는 신규법인을 설립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가 급감했다. 신고 기준은 44.9% 감소한 70억8000만 달러, 도착기준은 61.3% 감소한 3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인수합병과 지분투자 위주인 M&A형 투자는 신고기준은 4.3% 감소했지만, 도착 기준은 9.4% 늘었다. 업종별로도 서비스업ㆍ제조업 모두 감소했다.  
 
산업부는 이처럼 상반기 실적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실적이 양호했던데 따른 '기저효과'와 각국의 대외투자 규모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외투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제도(최대 7년)가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당초 올해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이 투자 일정을 지난해로 앞당긴 것도 부분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연합뉴스]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연합뉴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 전체로 외국인직접투자가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 때문에 위축돼 있다”면서 “그래도 부가가치와 기술집약도가 높은 첨단기술과 신산업 분야에서 외국인직접투자가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기업 실적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는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가 위축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강성 노조의 잇따른 파업 등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요소가 늘다 보니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 1분기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에 투자한 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국내 기업의 ‘탈한국’ 현상 심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세계 각국은 앞다퉈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반(反)기업 정책으로 갈수록 기업하기 힘든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중 무역분쟁 관련 잡음이 여전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하강,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어려움이 한꺼번에 코앞에 닥쳐왔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만 더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투자가 줄면 일자리도 함께 사라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줄면 전반적인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
 
특히 FDI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다. 한국의 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면 그만큼 외국인 투자는 늘겠지만, 그 반대라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외국인 투자 감소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경쟁국에 비해 높은 법인세율, 강성 노조와 경직된 노동시장, 투자 활성화를 막는 각종 규제로 한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외국의 직접투자가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산업부는 “전략적 투자유치활동과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연내 200억 달러 유치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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