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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빠진 남편에게 이혼 청구, 재산 분할 받을 수 있나요

중앙일보 2019.07.11 07:00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79)

4년 전까지만 해도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함께 알뜰하게 모아 전세금을 마련하면서 저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달고 살았고 남편도 야근을 마다치 않고 살았어요. 저는 남편의 수입이 적다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살았고, 주말에 아이와 칼국숫집에서 외식하면서 살만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한순간에 집안도 내팽개치고 게임밖에 모르는 사람이 됐습니다. 일자리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 것도 모자라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대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남은 재산인 집 보증금 6000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 [중앙포토]

남편이 한순간에 집안도 내팽개치고 게임밖에 모르는 사람이 됐습니다. 일자리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 것도 모자라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대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남은 재산인 집 보증금 6000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 [중앙포토]

 
성실한 남편은 고지식한 면이 있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할 줄 몰랐습니다. 답답한 적도 있었지만, 아내와 아들을 제 몸처럼 여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뉴스에서 게임을 하느라 아이를 돌보지 않은 철없는 부모 이야기가 제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편이 어느 날 게임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변하기 전까지는요.
 
처음에는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삽시간에 거의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하고 간신히 일어나서 직장에 나가고, 주말에는 방에서만 지내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이러다 직장도 못 다니겠구나 생각하니 너무 두렵고 화가 나서 많이 싸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처럼 직장생활도 어려워서 퇴직하고 이제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만 전전합니다.
 
전셋집도 좀 더 싼 곳으로 옮기다가 이제는 월세를 내야 하는 작은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아들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마트에서 계속 서서 일하면서 발버둥을 칩니다. 하지만 남편은 이제 자기 용돈 벌이만 겨우 하면서 현실 세계에 살지 않고 있어요. 돈을 벌어오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본인이 게임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합니다. 또, 아이에게 폭력적으로 대하거나 전혀 관심이 없으니 더는 같이 지낼 수 없어서 이혼을 청구하려고 합니다.
 
남편과 제 재산은 지금 사는 집 보증금 6000만원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혼이라도 해서 제가 보증금을 분할 받아야만 이 재산이라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증금을 재산분할 받을 수 있겠죠?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사례자와 남편이 같이 모은 보증금이고, 사례자는 가사와 육아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재산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데 많이 기여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당사자들이 협의할 수도 있고 가정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임차인을 사례자와 남편 공동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남편 단독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면, 재산분할을 하기 전까지 그 보증금을 남편이 처분하지 못하도록 가압류를 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은 일정 범위의 채권을 압류금지채권으로 정하고 있고, 그중 제6호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같은 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례자분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집을 남편 이름으로 계약했을지라도, 재산분할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보증금을 가압류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pixabay]

사례자분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집을 남편 이름으로 계약했을지라도, 재산분할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보증금을 가압류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pixabay]

 
이에 따라 압류가 금지되는 임대차보증금의 액수는 서울은 (1억 1000만원 이하 보증금 중) 3700만원,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세종시, 용인시, 화성시는 (1억원 이하 보증금 중) 3400만원, 그 밖의 광역시, 안산시, 김포시, 광주시, 파주시는 (6000만원 이하 보증금 중) 20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5000만원 이하 보증금 중) 1700만원입니다.
 
예를 들어 사례자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면 그중 3700만원은 위 법에 따른 압류금지채권이 되어 가압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 규정은 원칙이고, 위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3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생활형편,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압류명령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거나 제1항의 압류금지채권에 대하여 압류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례자와 같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이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재산이나 그 명의만 남편 앞으로 되어 있을 뿐이라면 재산분할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소액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하여 가압류할 수 있도록 법원에 신청하여 그 결정에 따라 가압류를 할 수 있답니다.
 
배인구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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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 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가사·상속센터장 필진

[배인구의 이상(理想)가족] 어쩌면 힘들고, 아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오랜 판사 경험을 가진 필자가 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각색해 매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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