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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홍콩 시위 모른다" 말했다 역풍…대만 '친중'도 돌아선다

중앙일보 2019.07.11 05:00

대선 앞둔 대만도 중국에 단호하게 “NO”  

 
중국에 대한 ‘공포’가 중화권을 휩쓸고 있다. 홍콩에서 범죄인을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는 ‘송환 조례’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와 대규모 시위로 무산된 데 이어 대선을 앞둔 대만에도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송환 조례에 대한 저항은 입법회(입법기관)를 통과할 경우 인권 개념이 다른 중국에 언제 송환될지 모른다는 홍콩 주민들의 공포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중국이 1997년 7월 1일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으면서 했던 ‘일국양제(중국 사회주의의 틀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시한부로 존속시키는 방식)’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눈에 띄지 않게 간섭을 확대한다는 불만과 불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송환 반대' 홍콩 시위 터지자
대만 친중 정치인, 일제히 말 바꿔
중국식 ‘일국양제’ 통일 방안 거부
홍콩 시위에 “모르겠다”-> “지지”
야당 국민당 1위 한궈위, 지지율 부침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 1위 복원
민주주의·인권에 대한 자부심 강해
중국 간섭에 대한 우려 겹쳐 혼돈


 
중국의 일국양제 통일 방안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AP=연합뉴스]

중국의 일국양제 통일 방안에 반대하며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AP=연합뉴스]

내년 1월 대선·총선 앞둔 대만에 직격탄

중국에 대한 공포는 중화권에서 유일하게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유와 인권이 확립된 것으로 평가되는 대만에서 확대일로다. 내년 1월 11일 총통(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만에서 홍콩 시위에 대한 출마 희망자의 지지나 무관심이 지지율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을 신뢰나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이나 경계의 대상으로 보는 ‘차이나 포비아’ 현상이 중화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런 도도한 현상을 대만의 영어신문인 타이베이 타임스, 대만 빈과일보(홍콩 빈과일보도 있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중화권 매체와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의 보도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중국에 단호’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 상승  

주민들의 중국 공포로 인해 정치적으로 가장 큰 덕을 본 사람이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다. 현직 총통으로 차기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의 후보로 출마가 결정됐다. 차이 총통은 홍콩에서 송환 조례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벌어지자 “(송환조례는) 인권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미 사태 초기였던 지난달 13일엔 “이번 사건은 일국양제는 안 되며, 특히 민주화된 대만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차이 총통은 이 담화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추구하는 홍콩 주민에 대한 연대 의식을 나타내는 것과 함께 중국이 대만에 제안했던 일국양제 방식의 통일에 대한 거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대만에 현재 홍콩과 마카오에 적용 중인 ‘일국양제(중국의 사회주의 틀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시한부로 존속시키는 방식)’ 방식의 통일을 제안해왔다.  
 
홍콩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 앞에서 벌어진 동조 시위에서 참가자가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고 편화협정도 거정한다'는 구호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 앞에서 벌어진 동조 시위에서 참가자가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고 편화협정도 거정한다'는 구호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시 주석, 일국양제 강요하며 무력사용 거론  

시 주석은 특히 지난 1월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통일에 대해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일국양제’의 모델에 의해 이뤄지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목적을 이루고 대만 독립을 막는 데 필요한 옵션을 보유하며, 무력 사용을 포기하는 약속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경우 동족을 상대로 무력도 동원할 수 있다는 시 주석의 발언은 대만인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차이 총통은 중국이 내세우는 일국양제 통일방안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일국양제와 민주주의를 서로 대척점에 둔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1997년 중국 반환 때부터 일국양제 모델을 적용하고 있는 홍콩에서 6월 초부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차이 총통은 일국양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이를 통일 방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만인은 이런 차이 총통에게 환호했다. 홍콩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4일 대만 민의기금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전달의 43.1%에서 47.7%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불지지율은 46.8%에서 43.6%로 떨어졌다. 조사 대상의 70.8%가 홍콩인의 시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인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의 총통 선거 예비 후보들에 밀렸던 차이 총통은 일거에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홍콩에 동병상련 느끼는 대만인들

실제로 수많은 대만인은 중국 공산당과 중국식 제도에 공포를 느끼는 홍콩 주민들에 호응해 대만 또는 홍콩에서 동조 시위를 벌였다. 대만인들은 자신들이 쟁취한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이처럼 홍콩 사태를 보며 ‘동병상련’을 느끼며 동조하는 대만인이 늘면서 그간 친중 행보를 보여 왔던 대만 야당인 국민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만 친중파 한궈위, 홍콩 무관심으로 지지율 하락

홍콩 사태로 대만에서 가장 타격을 받은 정치인은 국민당 유력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이다. 한 시장은 지난 6월 5일 대만 빈과일보(홍콩 빈과일보도 있음)의 조사 결과 때까지만 해도 25.6%의 지지를 얻어 당내 1위를 달렸다. 17.0%의 궈타이밍(郭台銘) 전 홍하이정밀공업((鴻海精密工業·폭스콘) 회장, 12.1%의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新北) 시장 등 다른 후보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6월 9일 홍콩 시위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중국을 의식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대답 이후 지지도가 하락해 궈 회장과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  
대만의 궈타이밍 훙하이 정밀공업 회장이 타이베이 국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의 궈타이밍 훙하이 정밀공업 회장이 타이베이 국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스콘 회장, “일국양제 실패” 외쳤다가 지지율 반등

궈 회장은 애플을 조립 생산하는 폭스콘의 회장으로 막강한 재력과 '성공한 기업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5월 출마 선언 당시 주목을 받았다. 궈 회장은 홍콩 사위가 터지자 “홍콩 시위는 일국양제의 실패다” “내가 총통이 되면 중국과 일국양제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이어나가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궈 회장과 지지율에서 희비 쌍곡선을 경험한 한 시장은 부랴부랴 “(대만에) 일국양제는 불가하다”라고 말을 바꿨지만, 유권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무소속의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도 “일국양제는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자유의 승리를 위해 홍콩을 응원하겠다”는 발언으로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친중 세력으로 평가받아온 제1야당 국민당에서는 물론 무소속 후보까지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가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대만 정치, 반중 범록연맹과 친중 범람연맹이 경쟁

이는 지금까지 친중과 반중으로 크게 나뉘었던 대만 정치에서 친중 시력이 설 자리를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 정치는 민진당·시대역량을 포함하는 범록(泛綠)연맹과 국민당·친민당을 포괄하는 범람(泛藍)연맹으로 분할됐다. 민진당의 상징인 녹색에서 비롯한 범록연맹은 원칙적으로 대륙이 민주화될 때나 통일이 가능하다며 현상 유지 또는 대만 독립을 추구한다. 국민당 당기의 남색을 내세운 범람연맹은 대륙과의 정치·경제 교류와 교섭을 중시하며 중화 경제권 구성과 통일을 추구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범록연맹은 반중, 범람연맹은 친중 성격을 띤다. 내년 1월 11일 열리는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는 현재 집권 세력인 범록연맹에 대한 범람연맹의 설욕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홍콩 사태로 대만 유권자들이 중국에 공포와 염증을 느끼면서 친중 세력인 범람연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 밖에서 '대만은 홍콩을 지지한다'는 구호를 든 대만인들이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입법원 밖에서 '대만은 홍콩을 지지한다'는 구호를 든 대만인들이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친중 국민당도 일국양제에는 고개 돌려

그런 와중에 그간 중국에 유화적이고 호의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국민당 소속 정치인, 특히 차기 대선 예비 후보들은 홍콩에서 시위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중 강경자세로 선회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향후 양안 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동족이라고, 중국이 경제 규모가 크다고 대만이 무조건 대륙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한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홍콩 사태를 겪으면서 앞으로 대만인은 대만인의 민주주의 정체성을, 대륙인은 대륙인 나름의 사정과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서로 공존하는 방식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1일 치를 대만의 제15대 총통 선거(대선)와 제10대 입법원 선거(총선)는 양안 관계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집권 민진당은 현직인 차이 총통을 차기 대선 후보를 확정했으며, 제1야당인 국민당은 8일 후보 결정을 위한 여론 조사에 들어가 15일 결과를 발표한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왼쪽)이 지난 6월 6일 국교가 단절된 대만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대만미국사무위원회(AIT)의 브렌트 크리스토퍼 위원장을 만나고 있다.미국은 대만의 요구에 따라 20억 달러에 이르는 전차와 전투기의 대만 판매를 추진 중이다 [EPA=연합뉴스]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왼쪽)이 지난 6월 6일 국교가 단절된 대만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대만미국사무위원회(AIT)의 브렌트 크리스토퍼 위원장을 만나고 있다.미국은 대만의 요구에 따라 20억 달러에 이르는 전차와 전투기의 대만 판매를 추진 중이다 [EPA=연합뉴스]

3권 아닌 5권 분립 시행하는 대만  

대만의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 권한이 막강한 총통은 1996년 제9회 총통선거(대선)부터 직선으로 뽑고 있다. 미국처럼 임기 4년에 중임이 가능하다. 대만은 중화민국을 건국한 쑨원(孫文·1866~1925년)의 5권 분립 이론에 따라 권력을 행정원·입법원·사법원에 더해 공직자 임용과 인사관리를 맡은 고시원과 감찰과 탄핵, 회계 감사권을 행사하는 감찰원의 5부로 나누는 독특한 제도를 실시한다.  
총통은 행정원의 수장인 행정원장(총리에 해당)을 입법원(국회에 해당)의 동의 없이 지명·임명한다. 사법부·고시원·감찰원의 수장은 입법원 동의를 거쳐 임명한다. 입법원이 행정원장과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할 경우 총통은 입법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치를 권한이 있다.  
입법원은 임기 4년의 입법위원(국회의원) 113명으로 이뤄졌다. 입법위원 숫자는 2003~2008년 225명이었으나 2012년 개원한 8대 입법원부터 113명으로 크게 줄였다.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이 68석(66%), 제1야당인 국민당이 34석(31%)을 각각 차지하며 시대역량(5석), 친민당(3석), 무당단결연맹(1석) 등 군소정당과 무소속(2명) 의원이 있다. 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에 따라 내년 양안 관계의 향방도 결정될 것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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