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장이 택시서 날 만졌다" 고발여성, 되레 징역받은 이유

중앙일보 2019.07.11 05:00
[연합뉴스]

[연합뉴스]

아르바이트하던 회사의 대표를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 여성이 무고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성범죄에 관한 무고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는 지난 4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40)씨에게 징역 8개월형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7년 9월 자신이 아르바이트했던 회사의 대표 A씨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A씨의 스포츠마사지 강좌를 수강한 사제지간이기도 했다.  
 
김씨는 “A씨가 2017년 6월 여관에서 강간했고, 4일 후에는 이동 중인 택시 안에서 내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그해 7월에도 호텔에서 술에 취한 나를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택시 안에서 김씨는 운전석 옆 조수석에 앉았고, 나는 운전석 뒤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어 신체를 만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리자 김씨는 재정신청을 했고, 이에 대한 기각 결정에 재항고까지 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강간 및 강제 추행당한 것은 사실이므로 허위 사실을 고소해 무고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들을 보면 김씨가 허위사실을 신고해 무고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과 함께 택시를 탔던 지인들이 “김씨는 운전석 옆 조수석에 탔고, 뒷좌석에 앉은 A씨 양옆으로 다른 사람이 탔던 상황”이라며 “A씨가 김씨의 신체를 만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만지는 것을 본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또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날로부터 4일 후 김씨는 단체 자리에서 A씨를 만났는데, 단둘이 사진을 찍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취할 만한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두 사람 사이 성관계가 있었다거나 강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해 수사가 이뤄지므로 A씨가 부당하게 처벌받을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김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으며 A씨 역시 김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불기소처분이 내려져 중한 피해 결과가 야기되지 않았더라도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무고죄 고발 건수가 늘면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에 접수된 무고죄 사건은 2011년 8541건에서 지난해 1만475건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로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 2011년 무고죄 기소율은 31.6%였지만 지난해는 18.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일부 성폭력 범죄 고발이 죄 없는 사람을 매장하는 수단으로 변질해 사회적 지위와 인격, 가족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청원의 배경으로 보인다”며 “악의적 무고사범의 엄중 처벌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무고로 인한 피해가 크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경우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을 구형하는 등 중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