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 좋은 제주 옛말…용천수 1025→661곳 줄어 마실 물 걱정

중앙일보 2019.07.11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제주 동문시장 인근의 산지천에서 인부들이 포대에 담긴 퇴적물을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차로 옮기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동문시장 인근의 산지천에서 인부들이 포대에 담긴 퇴적물을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차로 옮기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제주시 일도1동 동문재래시장 인근의 산지천변. 서울 청계천 복원 계획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제주의 대표 친수 공간이다. 하지만 나들이를 하러 온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물에서는 역한 냄새가 났다. 인부들은 하천 바닥에서 준설한 퇴적물을 연신 포대에 담았다. 포대에 담긴 퇴적물은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차에 실렸다.

청정 제주 사라진다<중>
인구·관광객 늘어 지하수 고갈
화산섬 물 빠짐 좋아 오염에 취약
축산농가 늘며 폐수 지하수 유입
가장 큰 정수장 2년 내 폐쇄 위기
‘청계천 복원모델’ 하천에선 악취

  
산지천은 한라산에서부터 흘러온 담수가 바다와 만나는 제주시의 대표 생태하천이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유명 관광지인 동문시장 등에서 흘러온 각종 생활하수와 폐기물이 하천 바닥에 쌓이면서 미관을 해치고 악취까지 풍겼다. 이에 제주시는 준설 작업을 통해 지난달에만 200t의 퇴적물을 제거했다.
 
돈사 몰리면서 정수장까지 폐쇄 위기 
제주시 한림읍 한림정수장. 최충일 기자

제주시 한림읍 한림정수장. 최충일 기자

산지천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의 수자원은 급격히 오염되고 있고, 이제는 먹는 물로 이용되는 지하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 서부 지역 최대 정수장인 제주시 한림읍 옹포수원지의 한림정수장은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변 지역에 양돈장이 몰렸고, 여기서 나온 축산폐수가 유입되면서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지하수가 오염됐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돼지 사육 밀도가 전국 평균의 3배에 이른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이 지역 지하수의 질산성 질소 농도는 7∼8 ppm(먹는 물 기준은 10ppm 이하)으로 다른 지역의 농도(평균 3∼4ppm)보다 두 배가량 높다. 질산성 질소가 많으면 수도관 부식이 심해지고, 갓난아기(특히 생후 3개월 미만)에게서 청색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단계적으로 한림정수장의 수돗물 생산을 줄여 오는 2021년에는 폐쇄할 계획이다.  
  
농업용 지하수 59% 먹는 물 기준 초과
지하수가 흘러들어 가는 원천인 '숨골'에 가축 분뇨가 무단으로 버려져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연합뉴스]

지하수가 흘러들어 가는 원천인 '숨골'에 가축 분뇨가 무단으로 버려져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연합뉴스]

제주도는 물 빠짐이 좋은 화산섬이고 강수량도 풍부하다. 이런 지리적·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빗물이 땅속으로 잘 침투해 지하수가 내륙보다 풍부하다. 제주도민들이 지하수에 의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가축분뇨나 비료·농약 등으로 인한 수질 오염에 취약하기도 하다. 장희영 제주도 수질관리팀장은 “한림 지역에는 축산 농가가 중산간 쪽에 몰려 있는데, 중산간 지역에서 오염된 물이 스며들면서 점점 오염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남칠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팀이 제주 서부 해안 지역에서 32개 농업용 지하수 관정의 질산성 질소 농도를 조사한 결과, 59%인 19곳이 먹는 물 기준치를 초과했다. 우 교수는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몰려 있는 오염원이 상류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농업용수가 50% 이상 오염됐다는 건 제주도 내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물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수 펑펑 쓰면서 용천수 사라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질 사정이 이런데도 지하수 사용량은 오히려 해마다 늘고 있다. 지하수 함양률은 2003년 46.1%에서 2012년 44.5%, 지난해 40.6%로 줄었다. 지하수위도 점점 내려가고 있다.
  
특히 제주도민의 생명수 역할을 했던 용천수가 주민과 관광객 증가로 인해 말라가고 있다. 용천수란 암석이나 지층의 틈을 통해 스며들었던 지하수가 해안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물을 말한다. 
 
제주도는 과거 용천수가 샘솟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다. 1999년 조사 당시 제주도 내 용천수는 총 1025곳이었으나 2013~2014년 조사에서는 661곳으로 줄었다. 용천수 270곳은 매립·멸실됐고, 94곳은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용천수가 말라가는 건 수자원 사용량이 해마다 늘어난 데다 난개발이 이뤄지면서 물길 자체가 끊겼기 때문이다. 2013년 62만 명이었던 주민은 최근 69만 명으로, 1000여만 명이던 관광객은 1400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또 1인당 하루 물 사용량도 99년 220.6L에서 2017년 313.3L로 42% 증가했다. 
 
지하수 자원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도시화 면적은 94년 122㎢에서 2016년 205㎢로 83㎢ 늘었다. 대신 산림은 94년 931㎢에서 2016년 872㎢로 59㎢ 줄었다.
 
“제주 반건조 상태…물 부족 대비해야”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이 장마기간인데도 일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이 장마기간인데도 일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용천수가 말라붙은 사례는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에서도 확인된다. 이곳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은어가 살고 여름철이면 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 탈바꿈할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취재진이 찾은 월대천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의 양은 이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의 수량 표시 눈금 근처도 가지 못했다.  

 
박원배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종 개발로 용천수가 멸실되거나 훼손되는 등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땅으로 유입되는 물이 줄었고 반대로 지하수 사용량은 계속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는 “제주도는 내려간 지하수위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반건조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며 “곧 물 부족 사태가 닥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지하수 고갈과 오염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최충일·천권필 기자, 김정연 기자 feeling@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