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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리조트 난개발…지하수 원천 곶자왈 22% 사라져

중앙일보 2019.07.11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곶자왈. [사진 곶자왈사람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곶자왈. [사진 곶자왈사람들]

지난달 9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화순 곶자왈.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서자 동화에서나 나올만한 신비로운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청정 제주 사라진다<중>
도민, 곶자왈 지키려 공유화 운동
“땅값 올라 어려움, 정부 나서야”

 
돌무더기에는 이끼가 빼곡하게 자라 있었고, 그 위로는 나무들이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뻗어 있었다. 
 
김 대표는 “추운 데 사는 식물과 더운 데 사는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숲이 바로 곶자왈”이라며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가 큰 빌레나무 역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곶자왈에서만 자란다”고 설명했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가 화순곶자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가 화순곶자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지하수 원천인 곶자왈, 난개발로 사라져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곶자왈. 천권필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곶자왈. 천권필 기자

곶자왈은 화산 폭발로 흘러내리던 용암이 굳고 쪼개지면서 바위들이 쌓인 곳에 만들어진 숲이다.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결합한 제주어다. 
 
곶자왈의 진짜 가치는 제주인들이 생명수라고 부르는 지하수의 원천이라는 데 있다. 곶자왈은 바위틈을 통해 빗물을 지하수로 침투시켜 저장할 수 있다. 제주가 섬이지만 물이 부족하지 않은 것은 것도 곶자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개발로 인해 곶자왈 면적이 빠르게 줄면서 지하수도 고갈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곶자왈 전체 면적(99.525㎢) 중에서 22.3%에 이르는 22.216㎢가 골프장과 영어교육도시 등으로 개발되면서 파괴됐다.
  
남송이 오름에서 바라본 곶자왈의 모습. 도로 왼쪽은 숲이 우거졌지만, 오른쪽은 리조트 개발 등으로 인해 숲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천권필 기자

남송이 오름에서 바라본 곶자왈의 모습. 도로 왼쪽은 숲이 우거졌지만, 오른쪽은 리조트 개발 등으로 인해 숲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천권필 기자

안덕면의 남송이 오름에 오르자 잘려나간 곶자왈이 한눈에 들어왔다. 도로 왼쪽은 빽빽한 나무숲이 넓게 자리 잡았지만, 오른쪽 중국 자본이 투자한 놀이공원·리조트 주변은 나무가 듬성듬성 남아 있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역 전체가 푸른 곶자왈이었지만, 리조트에다 다세대 주택까지 들어서면서 곶자왈이 점점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땅값 올라 곶자왈 매입 어려워”
화순곶자왈내 곶자왈 국민신탁지. 천권필 기자

화순곶자왈내 곶자왈 국민신탁지. 천권필 기자

최근 도민들 사이에서 곶자왈 공유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사라져가는 곶자왈을 지키기 위해서다. 김 대표 역시 자연환경국민신탁 등과 함께 국민신탁을 통한 곶자왈 매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마련된 기금으로 화순곶자왈(면적 2만5030㎡)과 청수곶자왈(면적 44만8773㎡)의 일부를 매입했다. 김 대표는 “곶자왈의 60%는 사유지이고, 현행법상 개발이 가능한 곳도 80% 이상이어서 개발 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유화 운동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는 “정부가 나서서 민간 차원의 공유화 운동을 지원하는 한편, 곶자왈의 보호 등급을 올리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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