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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당 상임위원장 혈투

중앙일보 2019.07.11 00:13 종합 31면 지면보기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독재’라는 단어를 8번 언급했다. 한국당의 근거는 이렇다. 사법부가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세력에 의해 장악당했다. 그러니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를 내린 판사도 밉보인 탓에 재판받을 처지로 전락하지 않았나. 지상파도 비슷하다. KBS는 얼마 전 양승동 사장 반대파 17명을 징계했는데, 전 보도국장은 아예 해임당했다. 과거 정부에서 그랬다면 언론 탄압이라며 난리 났을 일을 정권 바뀌자 자신들은 더 지독하게 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세력만 독재하는 게 아니다. 국정 운영이 반민주적 요소로만 점철된다면 그것 역시 독재라는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한국당의 실제 모습을 보면 과연 탄압받는 이의 절박함과 연대감이 있는지 고개가 갸웃한다. 한국당은 최근 상임위원장 선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주엔 예결위원장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경선을 요구해서다. 기소된 탓에 지난해 상임위원장 선임에 응하지 못했는데 1·2심에 무죄를 받아 자격 된다며 “다시 뽑자”는 주장이었다. 중간에 룰을 바꾸면 잡음이 뻔한데 원내 지도부는 이를 용인 혹은 방치했다. 이번 주엔 박순자 국토위원장이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누어 한다”는 불문율을 들어본 적 없다며 버티고 있다. 당이 징계하려고 하자 박 위원장은 9일 병원에 입원했다. 주변에선 ‘입원 농성’이라고 한다.
 
지금 보수층에선 “자칫 내년 총선에 민주당 등이 의석 3분의 2 이상을 차지해 개헌이라도 하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한국당은 무심한 듯 자신의 기득권 챙기기에 바빠 보인다. 최근 민주당에선 이런 소리도 나온다. “이번 총선엔 박근혜 석방 카드 쓰지 않아도 되겠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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