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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으로 깨져도 목표는 한 골

중앙일보 2019.07.11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광주세계수영선수권을 앞두고 급하게 구성한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 40일간 훈련한 이들의 목표는 딱 한 골을 넣는 것이다. 광주=김지한 기자

광주세계수영선수권을 앞두고 급하게 구성한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 40일간 훈련한 이들의 목표는 딱 한 골을 넣는 것이다. 광주=김지한 기자

 
10일 광주 남부대 수구 경기장. 굵은 빗줄기 속 야외 연습장에서 여자 선수들이 2시간가량 공을 던지며 땀을 흘렸다. 남자 고교 팀과 치른 연습 경기. 선수들은 1골을 넣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다. 끝내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다음엔 한 번 꼭 넣자”며 의지를 다진 선수들은 “여자 수구 화이팅”을 외쳤다. 이들 13명은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개막 D-1
여자수구대표팀 급조 40일 훈련
중·고·대학생 13명으로 구성돼
부상자 속출, 그래도 전술 수행 거뜬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경기체고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경기체고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경기체고와의 연습경기에서 진만근 코치의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경기체고와의 연습경기에서 진만근 코치의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은 지난 5월 말 선발전을 통해 꾸려졌다. 이들은 12일 개막하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한창이다. 여자 수구는 16개국이 참가한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상대해야 하는 팀은 세계 4강 전력의 헝가리·캐나다·러시아다. 호흡을 맞춘 지 40일. 연습경기조차 벅찬 선수들은 필생의 목표인 ‘1골’을 위해 힘과 마음을 모은다. 대표팀 최고참인 주장 오희지(23·전남수영연맹)는 “진천, 수원 등지에서 훈련하다가 광주에 오니 실감 난다. 상대가 누구든 일단 맞부딪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14일 헝가리와 1차전을 치른다.
 
개인 경기 위주인 경영 종목과 달리 수구는 골키퍼 1명 등 7명이 함께 뛰는 팀 경기다. 골을 넣기 위해선 팀워크가 중요하다. 패스는 기본이고, 때론 거친 몸싸움도 한다. 이번 대표선수들은 전원 부분 경영 종목 출신이다. 선수 생활을 해왔지만 대부분 태극마크와 거리가 멀었다. 수구를 알던 선수도 있지만, 선발전을 통해 처음 접했던 선수도 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라이언 하나윤(15·서현중)은 “야외에서 하는 공놀이를 좋아한다. 개인끼리 경쟁하는 수영과 달리, 수구는 팀 스포츠라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라이언하나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경기체고와의 연습 경기에서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라이언하나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경기체고와의 연습 경기에서 슛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발전에선 수영 실력과 함께 슛, 패스, 드리블 등 기본기를 테스트했다. 그렇게 해서 중학생 2명, 고등학생 9명, 대학생 2명 등 13명이 뽑혔다. 지난달 2일이 첫 훈련이었다. 20여일 만인 지난달 26일 경기체고와 첫 연습경기를 했다. 국내에 여자 수구팀이 전무해 남자팀과 맞붙었다. 하프라인을 넘기는커녕, 패스도 쉽지 않았다. 이날 0-50으로 졌다.
 
이튿날 두 번째 연습경기에서 라이언 하나윤이 첫 골을 넣었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진만근 대표팀 코치는 “매일 수중훈련만 6시간씩 하며 기본기를 쌓았다. 최근 연습경기에선 3골까지 넣었다. 적어도 지금은 공을 돌리고, 일부 전술을 소화하는 것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10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남체고와 연습 경기를 치른 여자 수구대표팀. 광주=김지한 기자

10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남체고와 연습 경기를 치른 여자 수구대표팀. 광주=김지한 기자

10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남체고와 연습 경기를 치른 여자 수구대표팀. 광주=김지한 기자

10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남체고와 연습 경기를 치른 여자 수구대표팀. 광주=김지한 기자

 
고난의 연속이었다. 골키퍼 오희지는 공을 막다가 얼굴을 맞았는데 코뼈 골절상을 당했다. 손가락을 삔 선수는 태반이고, 어깨 탈구가 온 선수도 있다. 그래도 모두 이를 악물었다. 오희지는 “아직도 콧등에 멍이 있고, 숨 쉴 때와 잠을 잘 때 힘들다. 그래도 동생들한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다”며 “잠자리에 누워서도 ‘어떻게 하면 잘 막을까’만 생각한다. 한 골이라도 더 막아야 동생들도 힘을 내 골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막내 조예림(14·덕소중)은 “멍도 많이 들고, 할퀴기도 많이 당한다. 그래도 막내니까 더 열심히 해 힘을 더 불어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비록 10일 연습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상대 팀이었던 전남체고 선수들은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날이 갈수록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 전에 비해선 확실히 공도 잘 돌리고, 전술 이해도도 좋아졌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말에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정말요?" "우와!"하면서 고마워했다. 조예림은 "전남체고 선수들이 1대1로 기술도 친절하게 알려줬다. 팀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식 경기 경험이 아직 없는 대표팀은 목표를 일단 ‘1골’로 정했다. 진만근 코치는 “이 한 골의 의미는 눈물”이라며 “그만큼 간절하다”고 말했다. 첫 골을 통해 한국 여자 수구의 역사를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경기체고와 연습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수구대표팀 선수들이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장에서 열린 경기체고와 연습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은 대부분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에서도 수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른쪽 측면을 맡는 송예서(18·서울체고)는 “점수는 0-20, 0-30이 될 수도 있지만, 준비 과정에서 열심히 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또 여자 수구의 희망이 되고 싶다”며 “모두 개척자로서 자부심이 크다. 언젠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에서 하는 핸드볼’ 수구
-한 팀 7명(골키퍼 1명), 총 엔트리는 13명
-패스와 드리블, 슛 통해 점수 올리는 경기
-공격 제한 시간 30초, 8분씩 4쿼터 진행
-수심 2m 바닥에 발 닿으면 안 돼. 공은 한 손으로
 
광주=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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