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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평화박물관’으로 통일 제대로 바라보기

중앙일보 2019.07.11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많은 사람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통일에 관해 조금만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누구나 당황하기 시작한다.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지, 통일 비용은 얼마인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술자리 논쟁처럼 근거 없는 주장만 가득하다.
 
독일의 역사와 통일 과정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 독일은 1871년에야 하나의 국가가 됐다. 1945년에는 2차 세계대전의 책임을 지고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다. 1990년의 독일 통일은 우연이 아니었다. 30년 이상 통일을 준비한 결과다.
 
지금까지 독일의 통일 비용은 약 3000조원으로 추정된다. 통일 직전 동독이 매우 가난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1989년 동독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8200달러로 같은 해 대한민국의 5718달러보다 많았다.
 
우리는 어떠한가. 1000년 이상 하나로 이어져 온 나라다. 1945년 미국과 소련의 갈등으로 군사분계선이 그어진 지 74년이 지났다. 대한민국은 독일과 달리 순수하게 전쟁의 피해국이었음에도 타의에 의해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현재 경제 분야에서 남북 간 격차는 통일 당시 동·서독보다 훨씬 크다. 2018년 남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지만 북한은 100위 밖이다. 분단 기간, 경제 격차, 무엇 하나 만만치 않다. 우리는 그저 독일보다 통일이 더 힘들겠거니 추측만 할 뿐이다. 그사이 통일 비용은 갈수록 증가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제라도 추상적인 통일이 아닌 실질적인 통일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평화통일의 상징인 임진각 평화누리에는 연간 48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온다. 하지만 500원짜리 망원경 외에 체험거리는 떠오르지 않는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절실하다. 임진각 평화누리에 ‘평화박물관(가칭)’을 짓는 것은 어떤가. 분단 과정부터 전쟁의 아픔, 평화통일의 필요성까지 담아내는 것이다. 최근 남북과 미국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런 관심을 통일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이어가야 한다. 평화박물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다면 방문객들에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통일 참고서’를 제공할 수 있다.
 
통일의 희망이 더 이상 정치와 이념 갈등에 머물러선 안 된다. 통일의 가치를 보다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공감할 때 통일은 소원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의 말로 통일한국의 가치를 강조하고 싶다. “일본은 통일한국과 경쟁하기 어렵다.”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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