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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책임 남편이 더 크면 베트남 여성 체류연장 해줘야

중앙일보 2019.07.11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동영상이 공개돼 두 나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베트남 여성이 결혼이민 체류자격 연장을 신청했다 거부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 판결 뒤집고 고법 돌려보내
2심선 ‘남편 전적책임 때만 연장’

베트남 여성 A씨(24)는 2015년 17살 연상의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A씨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무급으로 일했다. 시어머니에 대한 A씨의 불만은 2016년 아이를 유산하며 커졌다.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도 편의점에서 일을 하라는 시어머니의 요구에 일을 하다 다음날 아이를 유산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이후에도 A씨에게 “편의점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면 이혼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친척 집에 가 있으라며 여행가방에 옷을 싸 지인 집에 데려다줬다. 이틀 후 남편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A가 가출해 소재불명이라 신원보증을 철회한다”는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혼을 요구했다. 2017년 1월, 이혼소송 끝에 법원은 “남편에게 주된 유책사유가 있다”며 A씨에게 위자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부부의 연은 끝이 났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A씨는 결혼이민(F-6)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최대 3년의 체류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다.
 
A씨는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에 체류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지만 거부당했다.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사유를 발견할 수 없어 결혼이민 체류를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집을 나간 뒤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답하지 못했다며 A씨에게도 혼인파탄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체류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해 오로지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한해 이를 적용한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재판상 이혼 등 우리 민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하여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자에게 전적인 유책사유가 아니라 주된 유책사유가 있기만 하다면 결혼이민 비자를 받은 외국인들의 국내 체류기간을 연장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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