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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건물 붕괴' 위험신호 무시했나…철거·감리업체 압수수색

중앙일보 2019.07.10 15:35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작업 중인 건물이 붕괴했다. 붕괴된 건물 잔해가 왕복 4차선 도로를 덮쳐 탑승자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작업 중인 건물이 붕괴했다. 붕괴된 건물 잔해가 왕복 4차선 도로를 덮쳐 탑승자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경찰이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된 철거업체와 감리업체 압수수색에 나섰다.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붕괴 원인과 책임자를 가리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0일 오전 10시부터 잠원동 붕괴 건물의 철거, 감리 업체 사무실과 관계자 주거지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물을 바탕으로 붕괴 원인과 책임자를 가려낼 계획이다.
 
전날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전담 수사팀을 꾸린 서초경찰서는 강력팀과 지능팀 형사 10명을 투입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팀은 붕괴 원인 뿐 아니라 서초구청의 부실 감독 여부와 감리 업체 선정 과정 등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공사 관계자 13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 가운데 건축주와 감리, 철거업체 관계자 등 7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건물 붕괴 위험이 있는 걸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쯤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 건축사 관계자가 "건물이 기울어져 있고, 흔들리는 것 같다" "비계(임시가설물)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신고한 이도 없었다. 건물은 20분 뒤 무너졌다.
 
"철거 매뉴얼 어겼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잠원동 건물붕괴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현장 합동감식 하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잠원동 건물붕괴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관계자들이 현장 합동감식 하고 있다. [뉴스1]

 
감리 업체 선정과 감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감리를 맡은 정모(87)씨는 조사 결과 철거업체 관계자의 지인으로 확인됐다. 업체 선정도 철거 업체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작업을 감독해야 할 감리자를 철거 업체가 직접 고른 것이다. 이렇게 선임된 정씨는 서초구청에 철거 현장에 상주하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냈으나 현장에는 관련 교육 이수 경험이 없는 정씨의 동생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리자 정씨가 4층 이상 건물의 감리를 맡기엔 경험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업체는 2층 내외의 저층 건물 감리를 주로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붕괴된 잠원동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감리 업체 선정이 부실하게 이뤄지는 등 철거 매뉴얼을 어긴 점을 확인했다”면서 “위법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철거 작업에 대한 허가를 내준 서초구청 관계자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일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모(29)씨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혐의로 서초구청 담당자 3명과 공사관계자 등 총 7명을 고소했다. 
 
건물주 "죄송하다…수사 지켜봐 달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4일 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4일 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를 받고 있는 공사 관계자와 건축주는 유족에게 사과를 전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빈소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2시23분쯤 서울 강남구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상가 건물의 가림막과 철골조 일부가 무너졌다. 쏟아진 잔해가 건물 앞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을 덮쳐 예비신부 이모씨가 숨지고, 운전석에 탄 예비신랑 황모(31)씨는 중상을 입었다. 또다른 차량에 탔던 60대 여성 2명도 부상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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