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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탈락 반발 속 대구 경일여고는 자진 반납, 왜

중앙일보 2019.07.10 14:32
대구시교육청 전경. [사진 대구시교육청]

대구시교육청 전경. [사진 대구시교육청]

전국에서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로 반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구 자사고인 경일여고는 자체적으로 교육청에 자사고 취소를 요청했다. 
 

전국 자사고 무더기 탈락에 반발 잇따르는데
대구 자사고 경일여고, 일반고 전환 신청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운영 어려워져
2019년 신입생 280명 모집에 94명 지원

경일여고는 지난 4일 대구교육청에 자사고 취소 신청 서류를 접수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을 요청한 것이다. 대구교육청은 오는 18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자사고 지정 취소 관련 심의를 하고, 오는 30일 경일여고 학부모와 학교법인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청문 등을 거쳐 다음 달 중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교육부에서 심의한 뒤 동의 여부를 통보하면 교육청에서 최종 취소 결정을 한다. 
 
경일여고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을 신청한 사유는 줄어드는 신입생 때문이다. 경일여고는 2010년 자사고로 지정된 이후 계속해서 신입생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실시한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 280명에 94명이 지원해 0.3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년도 경쟁률은 0.56대 1이었다. 올해 3월 1일 기준 재학생은 1학년 83명, 2학년 123명, 3학년 217명이다. 
 
경일여고의 입학금은 5만5000원, 등록금은 분기당 118만2000원이다. 분기당 등록금이 42만9000원인 일반고에 비하면 3배 수준이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경일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내년 2~3학년 학생들의 등록금은 지금과 같지만, 신입생인 1학년 학생들은 일반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게 된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학교 적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자사고의 경우 수업료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줄어들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경신고가 일반고로 전환했을 때와 달리 아직 큰 학부모 반발은 없다”고 설명했다.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지난 6월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 80점 보다 0.39점이 부족한 79.61점을 얻어 재지정에 실패했다.[뉴스1]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지난 6월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서 학부모와 총동창회 회원 등이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 80점 보다 0.39점이 부족한 79.61점을 얻어 재지정에 실패했다.[뉴스1]

 
하지만 일부 학부모와 졸업생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경일여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는 “지난해 경신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때 경일여고도 전환될까 봐 고등학교 2학년생인 딸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올해 신입생이 너무 적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긴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속상하다”고 했다. 
 
경일여고 한 졸업생은 “졸업생 입장에서도 반대다”며 “학교에서는 신입생 감소를 이유로 드는데 학교와 재단에서 운영을 제대로 했다면 신입생 감소도 없었을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경일여고 측은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그래도 운영이 어려워 일반고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 경신고·서울 대성고·울산 성신고 등 일부 자사고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요청해 학부모, 학생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17년 7월 대구 경신고 교장은 전체 교직원에게 서한문을 보내 일반고로 전환할 뜻을 밝혔다. 서한문에는 경신고의 재정적 어려움과 2018년 신입생 정원 미달 우려 등에 내한 내용이 담겼다. 경신고의 2017년 신입생 1차 420명 모집에는 308명만 지원하는 등 신입생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경신고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따라 향후 정원 미달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까지 찾아와 반발했지만,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결국 일반고로 전환됐다. 
 
서울 대성고는 지난해 자사고 취소를 두고 학부모와 소송까지 갔다. 대성고 측은 학생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교육청에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했다. 같은 해 9월 교육부가 동의해 지정 취소가 확정됐다. 
 
대성고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진정서를 보내 “2학년 학부모 670명 설문조사 결과 400명이 일반고 전환에 반대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학교법인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소송도 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8일 “대성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은 학부모 의견 수렴이 다소 미흡했지만,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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