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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3사단 일병 발인…같은 부대 동료 병사들 보이지 않아

중앙일보 2019.07.10 13:36
9일 오후 8시 23사단 소속 부사관들이 조문을 위해 A일병(21) 빈소를 찾았다. 남궁민 기자

9일 오후 8시 23사단 소속 부사관들이 조문을 위해 A일병(21) 빈소를 찾았다. 남궁민 기자

휴가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21)의 발인이 이뤄졌다. 군 고위 관계자와 A일병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소속 부대 간부, 같은 부대 소속 장병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0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안양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A일병의 관이 운구차에 실렸다. 친인척과 함께 군복을 입은 23사단 소속 부사관이 관을 옮겼다. 밤새 상가를 지킨 A일병의 부모와 쌍둥이 누나는 연신 눈가를 닦으며 뒤따랐다. 운구차는 장지인 성남영생원으로 향했다.
 
지난 8일 서울 원효대교에서 투신한 A일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일병이 근무했던 부대는 북한 목선 입항 당시 경계를 맡았다. 지난 4월부터 강원 삼척항 방파제 주변 소초에서 상황병으로 근무한 A일병은 목선 입항 당일 오후에 근무했다. 다만 목선은 오전에 입항했기 때문에 직접적 관련은 없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지난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을 해경이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5일 오전 6시50분께 강원 삼척시 정라동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주민 4명을 해경이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발인식에는 23사단 소속 부사관 10여명이 참석했다. A일병과 한 부대에서 근무했던 동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23사단 관계자는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라 23사단에서 온 부사관들"이라면서 "사단에서는 예우 차원에서 근조기와 근조금 등을 보냈다"고 밝혔다. 
 
운구차가 떠날 때까지 빈소를 찾은 군 고위급 인사는 없었다. 전날 오후 8시쯤 영관급 장교와 10여명의 부사관이 조문했다. A일병과 같은 부대 소속 사병 70여명은 9일 빈소를 찾은 뒤 부대로 복귀했다.
 
"소속 부대 분위기 안 좋았다"
전날 A일병의 유족 가운데 일부는 군의 조치를 성토했다. 한 유족은 "군에서 보안사안이고 수사 중이니 언론 접촉을 자제해달라고 하더니 유족에게 말도 없이 브리핑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담당자들이 징계받고, 국회의원까지 왔던 사안"이라며 "아이가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나. 근데 그렇게 발표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일병의 투신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군은 “A일병은 북한 소형목선 상황과 직접 관련이 없고 조사 대상도 아니었으며, 조사받은 적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목선 경계 실패가 A일병의 투신과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관계자는 "목선 경계 실패 사건이 터지고 대대적인 조사와 문책이 이뤄졌다"면서 "부대 분위기가 상당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한편 8일 원효대교 난간에서 발견된 A일병의 휴대전화에서는 유서 형식의 메신저 메모가 발견됐다. 3페이지 분량의 메모에는 “부모를 떠나 군대 생활을 하는 데 적응하기 힘들다”며 “내가 이기적이고 나약했으며 게으르게 살았다. 남에게 피해만 줬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경찰이 수거한 A일병의 유품과 메모 등 모든 증거는 군이 가져가 조사하고 있다. 군은 가혹행위 여부 등 사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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