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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주변에 노출된 독성물질이 걱정된다면…

중앙일보 2019.07.10 13:00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26)
2012년 9월 27일 경상북도 구미 4공단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사고. 야외 작업장의 탱크에서 불산을 빼내는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사진은 불산 가스 누출 피해 당시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비닐하우스의 타들어간 고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9월 27일 경상북도 구미 4공단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사고. 야외 작업장의 탱크에서 불산을 빼내는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사진은 불산 가스 누출 피해 당시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비닐하우스의 타들어간 고추 모습. [중앙포토]

 
1984년 인도 보팔 대참사를 기억하게 하는 유해물질 누출사고로 2012년 9월 27일에 발생한 구미 불산사고를 기억하십니까?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독성물질인 누출된 불산 가스로 인해 당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던 근로자 등 5명이 사망했으며, 주민 등 1만1000여 명이 불산 누출의 여파로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 업체는 이미 3년 전에도 불산을 차량에 싣기 위해 고압 호스를 연결하려다 불산 누출사고를 냈지만, 사업장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업체는 노동자 정기 안전 교육을 하지 않았고, 근무 직원 수를 7명에서 5명 이하로 허위 신고하는 수법으로 노동부 공정안전보고서의 불산 취급 사업장 목록에서도 빠졌었다. 사업장에서 안전 원칙만 잘 지켰더라도 불산 사고와 같은 끔찍한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독성물질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구 규모 (반경 1.6Km이내) [자료 강병원 의원]

고독성물질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구 규모 (반경 1.6Km이내) [자료 강병원 의원]

 
불산과 같은 사고는 평소에 주의하고 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 화학물질관리법의 시행에 따른 배출량 공개 제도를 바탕으로 2016년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강병원 국회의원실의 「발암물질 전국지도」는 발암물질 및 고독성 물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지도에서는 발암물질 및 독성물질 배출업소 근처에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거주하는지, 또 어느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이 발암물질 및 독성물질 노출 위험이 높은지 표시해 두었다.
 
우리 집 주변에서는 발암물질과 고독성 물질이 얼마나 배출될까?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제도를 찾아보면 이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화학물질의 노출로 인한 잠재적인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선진 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화학물질 배출량조사제도(Pollutant Release and Transfer Register, 이하 PRTR) 시행 현황을 평가함으로써 국내의 유해물질 관리 수준을 평가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PRTR 제도를 도입하여 화학물질의 유통량 및 배출량 조사를 법제화하였다. PRTR은 사업장 밖으로 이동된 화학물질의 종류, 양을 배출자가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는 그 결과를 공유하여 기업들의 자발적인 오염감소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사진 pxhere]

우리나라는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PRTR 제도를 도입하여 화학물질의 유통량 및 배출량 조사를 법제화하였다. PRTR은 사업장 밖으로 이동된 화학물질의 종류, 양을 배출자가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는 그 결과를 공유하여 기업들의 자발적인 오염감소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사진 pxhere]

 
우리나라는 96년 OECD 가입 시 유해물질관리를 위해 PRTR(Pollutant Release and Transfer Register)제도 도입을 약속하고, 같은 해 12월에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하여 화학물질의 배출량 보고,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 등 제도 시행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PRTR은 환경(대기, 수계, 토양)으로 배출되거나 재활용, 처리 등을 위하여 사업장 밖으로 이동된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배출자가 스스로 파악하여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는 이를 목록화하여 민간, 기업 등이 그 결과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기업들의 자발적인 오염감소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러한 화학물질 배출량조사제도는 OECD(PRTR : Pollutant Release and Transfer Register), 미국(TRI : Toxics Release Inventory), 캐나다(NPRI : National Pollutant Release Inventory), 영국 (CRI : Chemicals Release Inventory)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이 배출량 조사자료는 화학물질의 배출을 나타내는 것이지 노출정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배출량만으로는 노출가능성 또는 잠재적 위해성(potential risk)을 평가하는데 불충분하고 해당 물질의 성상, 분해정도, 잔류성 등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독성물질저감법(TURA)은 독성물질 배출량 저감의 좋은 사례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발암물질의 총 사용량은 32%, 배출량은 91% 감소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암 예방전략으로 TURA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 pxhere]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독성물질저감법(TURA)은 독성물질 배출량 저감의 좋은 사례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발암물질의 총 사용량은 32%, 배출량은 91% 감소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암 예방전략으로 TURA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사진 pxhere]

 
배출량의 저감에 관련된 좋은 사례가 매사추세츠 주의 독성물질저감법(Toxic UseReduction Act, 이하 TURA)이다. 매사추세츠에서는 암 예방전략으로 TURA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고 있다.
 
TURI의 2013년도 ‘TURA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TURA 발암물질 목록 200개 중 74종에 대한 화학물질 사용량 배출량 조사에서 생산량이 9% 증가하였음에도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발암물질의 총 사용량은 32% 감소하였고, 배출량은 91% 감소하였다.
 
이는 TURA가 독성화학물질저감 뿐만 아니라 기술촉진 및 경제력 향상에도 효과적임을 입증하고 있으며, TURA 프로세스를 따라가다 보면 공정개선, 환경경영시스템의 충족으로 경제성도 증진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11월 28일 「화학물질관리법」에는 일명 ‘발암 물질 배출저감법’(제11조의 2 신설)이 개정⋅공포되어 2년 뒤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는 유해성이 높은 물질을 일정량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으로 하여금 5년마다 배출량저감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것이 매사추세츠 주의 독성물질저감법과 같이 지역사회 독성물질을 저감하는 효과를 나타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제는 지역에서 독성물질 배출이 감소되는지, 기업이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지역의 건강과 안전에 기여한 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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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필진

[임종한의 디톡스]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는 산업화, 문명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기는 했지만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유해성분과 독소에 노출되고 있다. 우리 몸의 독소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건강한 일상,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디톡스(Detox, 해독)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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