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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남녀 출장 두고 “신혼부부 같다”…성희롱, 직장 권력관계가 65%

중앙일보 2019.07.10 12:00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한 성희롱 사건의 대부분은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벌어진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2017년 시정 권고한 성희롱 사례 중 37건을 담은 결정례집’및 관련 통계를 10일 공개됐다. 인권위는 2007년부터 ‘결정례집’을 발간했다. 이번이 8번째다. 
 
시정권고 사례로 공개된 37건 가운데 31건이 학교·직장·병원 등의 직장상사가 행한 신체·언어 성희롱인 것으로 나타났다. 
 
팀장, 부하 직원 성희롱하고 연인관계 주장
사례집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팀장 A씨는 귀가하려던 직원 B씨를 데려다준다며 택시에 동승해 모텔로 가자며 강제로 끌어내리려다 실패한 이후 출장을 다녀와 가진 회식자리에서 “지난번 네가 화를 내고 가서 택시에서 너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팀장 A씨는 화가 나 집에 가려는 직원 B씨를 끌어안으려고 한 사실도 드러났다. 직원 B씨는 이후 회사 감사팀에 이를 신고했고 조사가 진행되던 중 팀장 A씨는 사직서를 냈다. 
 
팀장 A씨는 직원B씨와 연인관계를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당시 녹취자료 등을 토대로 연인 사이라고 볼 여지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인권위는 팀장A씨가 프로젝트 관리자 지위로 회식·출장 등 업무 연관성이 있는 자리에서 직원B씨를 성희롱했고 이를 통해 직원 B씨가 성적굴욕감을 느꼈다고 판단, 특별인권교육 및 200만원의 정신적 피해보상 지급 등을 권고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회사대표, 신입직원 10개월 간 상습 성추행도
이밖에 직장 내 권력관계를 이용해 10개월간 상습추행 사건도 있었다. 회사대표 A씨는 입사한 지 1개월 된 직원B씨를 약 10개월간 상습추행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회사대표 A씨는 자신이 대상포진을 앓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나을까 직원B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B씨에게 “섹스하면 나을까? 너도 섹스하고 싶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인권위 상담 과정에서 “회사 대표가 가슴을 만지고 바지에 손을 넣고 성기를 만졌고, 처음에는 얼떨결에 당했지만 얼마 뒤 거부하자 괴롭혔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B씨는 상담과정에서 “A씨가 월급을 주면서 옷 속에 손을 넣고 가슴을 만지려고 해 이를 거부하자 화를 내면서 해고하겠다”고 말한 사실도 털어놓았다. B씨는 상담원에게 “너무 모욕적이라 잠도 오지 않고 출근하기 싫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대표 A씨는 B씨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 뒤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의 방식으로 약 10개월간 상습 성추행을 이어왔다. B씨는 이 상황을 녹음했고 인권위는 녹취를 확인 후 이를 성희롱 등으로 인정해 시정권고를 내렸다. 
 
기혼남녀출장에 동료 "신혼부부 같더라" 
국가기관 동료 간에 벌어진 언어적인 성희롱 사건도 소개됐다.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기혼여성 A씨가 소속기관장(원장)과 2박3일 출장을 다녀오자 동료 B는 동료C에게 “신혼부부가 가는 것처럼 좀 그렇더라, 옷차림도 놀러 가는 사람 같은 옷차림이고 분위기도 좀 그렇달, 화기애애하더라” 등의 발언을했고  B씨는 이어 ‘A씨가 소속기관장과 부적절한 관계라거나 A씨와 어울리지 말라’는 등의 이야기를 한 것이 드러났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긴장·불안·불면 증상으로 약물치료를 받았고 인권위가 이 사건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동료들이 A씨에게 성적 굴욕감 및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고 판단해 권고조치를 내렸다. 이밖에 업무시간 중에 남성 직원들끼리 사무실 컴퓨터에 설치한 메신저를 이용해 동료 직원을 성적으로 비하한 사건 등도 사례집에 소개됐다. 
 
성희롱 시정권고 65%는 ‘직장 내 상하관계’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사건은 296건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해마다 늘고 있다. 위원회 설립 이후 2017년까지 처리한 성희롱 사건은 2334건이다. 이중 시정권고한 게 209건이다. 이 중 직접고용 상하관계에서 발생한 성희롱이 137건(65.6%)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교육관계(11%) 직접고용 동료 관계(7.2%), 간접고용 업무관계(5.7%) 등의 순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편 성희롱 행위자는 주로 대표자·관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행위자 63.6%가 대표자·고위관리자·중간관리자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72.4%는 평직원이다. 성희롱이 주로 발생하는 장소는 직장이 44.6%(104건)로 가장 많고, 회식장소도 22.3%(52건)를 차지했다. 신체접촉이 포함된 성희롱이 절반을 넘는 54%였으며 언어적인 성희롱도 42.1%를 차지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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