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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서 6200만명 거느린 트럼프가 '비난 트윗' 차단 못 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9.07.10 11: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매일은 악취나는 초콜릿 상자와 같다. 다음에 또 어떤 엉터리를 얻게 될지 절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스티븐 킹(미국 소설가)

 
미국의 유명 스릴러 소설가 스티븐 킹은 2017년 6월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트위터에서 '차단' 당했다. 트위터의 차단 기능은 상대방이 자신의 트윗을 볼 수 없도록 할 때 쓴다. 킹은 이전부터 이른바 '반 트럼프' 인사로 분류됐다. 킹은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가짜 대통령"이라고 발언하는 등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6200만명에 달하는 트위터 사용자를 팔로워로 거느리고 있는데, 앞으로 킹 처럼 트위터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차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을 따르면 미국 뉴욕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자 차단 행위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알리거나 국정운영 상황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트위터를 사용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표현의 자유'로 대표되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 기반을 둔 판결이다.
 
배링턴 D. 파커 항소법원 판사는 "수정헌법 1조는 소셜미디어를 공무상 목적에 이용하는 공직자가 동의하지 않는 발언을 한다고 해서 공개된 온라인 공간의 대화에서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파커 판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토론의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파커 판사는 "종종 불편하고 언짢은 토론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토론은 좋은 것"이라며 "탐탁찮은 발언에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은 발언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의 트위터 화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차단당한 유명인사 중 한 명이다. [사진 트위터]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의 트위터 화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차단당한 유명인사 중 한 명이다. [사진 트위터]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의 트위터 화면. 트럼프 대통령을 "가짜 대통령"이라고 지목하는 등 비난해왔다. [사진 트위터]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의 트위터 화면. 트럼프 대통령을 "가짜 대통령"이라고 지목하는 등 비난해왔다. [사진 트위터]

 
이날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은 2017년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이뤄진 소송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차단 행위를 문제 삼은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소송단은 소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집무실의 연장선"이라며 소송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5월 뉴욕지방법원은 1심 판결에서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은 공공의 장"이라며 "트위터 이용자의 의견을 차단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를 대리하는 미 법무부는 지난해 뉴욕지방법원에 이은 이 날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 실망한 눈치다. 켈리 라코 법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법원의 결정에 실망했다. 선택 가능한 다음 단계를 모색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계정에서 누군가를 차단한다고 해서 수정헌법 1조를 위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미 법무부는 연방대법원에 상고하는 등 방안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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