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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에 '사린가스' 내민 日, 자국민 트라우마까지 건드려"

중앙일보 2019.07.10 08:07
119특수구조단이 지난달 4일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진행한 유관기관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사린가스에 노출된 환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119특수구조단이 지난달 4일 광주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진행한 유관기관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에서 사린가스에 노출된 환자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일본 국영방송인 NHK가 9일 “한국 기업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회사에 납품을 재촉하는 등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국내 화학 전문가와 기업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논란이 불붙은 에칭가스를 팩트체크했다.

[팩트체크]

 
에칭가스는 순도 99.999%인 ‘고순도’ 불화수소다. 반도체를 만들 때 필수 공정인 웨이퍼를 깎는 ‘식각(에칭)’에 쓴다. 일본 기업이 전 세계 수요의 90% 이상을 생산한다. 화학적으로 뜯어볼 때 불화수소는 무엇일까. 불소ㆍ수소 원자가 하나씩 붙어있는 구조다. 물과 잘 섞이는 특성을 가진다. 사람이 가스 형태로 들이마셨을 때 체내 폐ㆍ기관지에 있는 수분과 만나 독성물질인 ‘불산’으로 변한다. 독성물질인 불산은 체내에서 폐 등에 염증을 일으킨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런 불화수소를 화학무기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건 맞다. 특히 호흡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생화학 무기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주장대로 핵무기의 핵심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우라늄 광석을 불화수소로 녹이면 우라늄이 육불화우라늄(UF6)으로 바뀐다. 고농축 우라늄은 UF6를 원심분리기로 돌려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불화수소가 ‘고순도’ 불화수소란 데서 근거 없는 주장이란 얘기가 나온다. 솔브레인 등 국내 업체가 저순도(순도 97% 안팎)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업체도 저순도 불화수소를 만든다. 그런데 이 저순도 불화수소로도 충분히 생화학 무기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측 주장에 따르더라도 쉬운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일부러 어려운 길을 돌아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독가스를 만들거나 우라늄을 농축할 땐 저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해왔다”며 “굳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어려운 일본산 고농도 불화수소를 해당 목적으로 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불화수소를 화학무기 제조에 쓴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반도체 회사 관계자는 “수입 원료 중에서도 불화수소 같은 독성 물질은 주문량ㆍ입고량을 완벽하게 대조한다”며 “불화수소가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995년 일본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주도해 지난해 7월 사형 집행된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 [연합뉴스]

1995년 일본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주도해 지난해 7월 사형 집행된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사린가스를 언급한 건 사린가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국내 여론전에서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사린 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화학무기로 썼던 신경 독가스다. 무색ㆍ무취이지만 독성이 매우 강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건 전쟁이 아닌 일상에서 테러 도구로 쓰이면서다. 일본에서 1995년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를 저지를 때 사용했다. 당시 테러로 13명이 숨지고 5000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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