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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한 베트남 여성...법원 "계속 체류하게 해줘야"

중앙일보 2019.07.10 06:00
베트남 출신 아내를 폭행한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를 폭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뉴스1]

베트남 출신 아내를 폭행한 남편이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를 폭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뉴스1]

 
전남 영암에서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동영상이 공개돼 우리 국민과 베트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베트남 여성이 결혼이민 체류자격 연장을 신청했다 거부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남편과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그럼에도 추방당할 위기
 
베트남 여성 A씨(24)는 2015년 12월 국제결혼중매업체를 통해 17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다. 당시 A씨는 만19세였다.

 
A씨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무급으로 일했다. 시어머니에 대한 A씨의 불만은 2016년 아이를 유산하며 더 커졌다.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도 편의점에서 일을 하라는 시어머니의 요구에 일을 하다 다음날 아이를 유산했기 때문이다.
 
유산 후 A씨는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구했지만 이마저도 시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혔다. 시어머니는 A씨에게 퇴근시간이 늦다며 트집을 잡고 "편의점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면 이혼하라"며 소리를 질렀고, 남편은 친척 집에 가 있으라며 여행가방에 옷을 싸 지인 집에 데려다줬다.  
 
이틀 후 남편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A가 가출해 소재불명이라 신원보증을 철회한다"는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혼을 요구했다. 2017년 1월, 이혼소송 끝에 법원은 "남편에게 주된 유책사유가 있다"며 A씨에게 위자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게 부부의 연은 끝이 났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A씨는 결혼이민(F-6)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F-6 비자는 최대 3년까지 체류기간을 준다.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체류를 연장하고자 할 경우 대부분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다.  
 
전전긍긍하던 A씨는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에 체류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지만 거부당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0조 1항은 결혼이민 체류연장 자격 중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들고 있다. 출입국사무소는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사유를 발견할 수 없어 결혼이민 체류를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이에 A씨는 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한국인 배우자의 잘못이 더 크면 체류할 수 있도록 해야”
 
1·2심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결혼이민 비자로 국내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A씨가 아닌 남편이 전적으로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원심은 A씨가 ‘협의이혼을 하지않고 소송을 낸 이유’나 ‘집을 나간 뒤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답하지 못했다며 A씨에게도 혼인파탄 책임이 있다고 봤다. A씨가 갈등을 조율해 결혼생활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체류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해 오로지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한해 이를 적용한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재판상 이혼 등 우리 민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하여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자에게 전적인 유책사유가 아니라 주된 유책사유가 있기만 하다면 결혼이민 비자를 받은 외국인들의 국내 체류기간을 연장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신원보증’때문에 숨죽이던 이주여성에게 희망 될까
 
이번 판결로 한국인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로 이혼하게 됐는데 국내에서 추방 당할 위기에 처한 결혼이주여성에게도 희망이 생길 수 있을까.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결혼이주여성은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혼한 외국인 여성이 결혼이민 체류자격 연장신청을 할 경우, 한국인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 등 중요한 귀책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자진 출국을 종용했다. 배우자 측에서 이를 무기로 외국인 배우자를 협박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귀책사유가 있기만 하면 이혼한 이주여성이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충분히 부여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선례가 생겼다.
 
다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혜숙 대표는 “자녀가 없는 이주여성의 경우 출입국사무소에서 체류허가 연장 심사를 할 때 부터 '배우자를 데려오라' '신원보증인을 데려오라'는 요구를 받을 때가 때가 많다”며 “체류허가 단계에서부터 이주여성들의 권리를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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