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명이 파도에 휩쓸려 갔다" 외침에 바다 뛰어든 경찰

중앙일보 2019.07.10 06:00
경북 포항 송라면 앞 바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경찰관이 구하고 있다. [사진 송라면파출소 제공]

경북 포항 송라면 앞 바다.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경찰관이 구하고 있다. [사진 송라면파출소 제공]

지난 6일 오후 4시 30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의 한 백사장. 주말을 맞아 30여 명의 피서객이 이곳을 찾았다. 임창균(48) 포항북부경찰서 경비교통과 경위도 주말 교통사고를 대비해 백사장 주변 도로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순찰차 무전기에서 “사람이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 내용이 들렸다.  
 

포항 송라면 인근 순찰하던 임창균 경위
회오리성 파도에 휩쓸린 해수욕객 목숨 구해

임 경위가 달려가 보니 이미 관할 파출소인 송라파출소에서 경찰관 2명이 출동한 상태였다. 물에 빠졌다 나온 여성 한 명이 보였고, 임 경위는 상황이 종료됐나 싶어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 피서객들이 일제히 “사람이 또 빠졌다. 이번엔 3명이다”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얕은 물에서 놀던 성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너울성 파도에 떠밀려 순식간에 해안가에서 70m 정도 떨어진 바다로 밀려간 것이다. 이중 남성 1명과 여성 1명은 회오리성 파도에 갇혀 물속으로 잠겼다 올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임 경위는 그 자리에서 웃옷을 벗고 바다를 향해 달렸다. 아이용 빨간 튜브가 눈에 띄었다. 임 경위는 튜브를 집어 들고 60m를 헤엄쳐 가장 가까운 남성 근처에 도달했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여성이 더 위급해 보였다. 이 여성은 이미 힘이 빠진 상태로 물 밖으로 거의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임 경위가 남성에게 “더 버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남성은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임 경위는 남성의 팔을 잡고 튜브에 매달리게 했다. 이 남성을 끌고 10m 정도 더 헤엄쳐 여성에게 도착했다. 주변 피서객들에 따르면 여성은 당시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임 경위는 물속으로 손을 뻗었고 다행히 여성의 팔을 붙잡아 끌어 올렸다.  
 
임 경위가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남성 1명은 파도가 해안가 쪽으로 몰아치면서 자력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이날 임 경위는 두 명의 목숨을 구했다.  
 
임창균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경위. [사진 경북경찰청]

임창균 경북 포항북부경찰서 경위. [사진 경북경찰청]

백사장에 있던 피서객들은 임 경위에 “영웅”이라며 큰 박수를 보냈다. 구조 상황을 지켜본 한 해녀는 “이 백사장에는 파도가 거꾸로 치는 현상인 이안류가 많이 발생해 나도 파도가 높은 날에는 물속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 낸다”며 “대단하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전종만 송라면파출소 경위는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같은 경찰이라는 게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임 경위는 “해수욕장이 아닌 작은 백사장이어서 안전요원이 없었기에 대신 뛰어들었던 것뿐인데 구조돼서 다행”이라며 “경찰로서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이 고향인 임 경위는 어렸을 때부터 바다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경찰이 되고 28살에는 수상 인명구조(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땄다.  
 
임 경위는 그의 가족에게 차마 이번 일을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와 아들·딸이 경찰인 그를 항상 걱정해서다. 임 경위는 “가끔 동료 경찰이 근무 중에 다쳤다는 얘기를 하면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는데 이번 일을 말하면 괜한 걱정을 할까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