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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윤곽 수술 중 3500cc 출혈…간호조무사는 화장만 고쳤다

중앙일보 2019.07.10 02:12
[PD수첩]

[PD수첩]

그는 꿈 많은 20대 청년이었다. A4용지 한 장에는 버킷리스트가 가득했다.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2년 동안 돈을 아껴 모으기도 했다. 25번째 생일을 3주 남긴 2016년 9월 8일 그는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49일 뒤 사망했다.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권대희법'의 주인공이자 피해자, 권대희씨의 이야기가 9일 MBC 'PD수첩'을 통해 전해졌다.
 
권씨의 어머니는 병원의 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입수해 아들의 죽음을 파헤쳤다. CCTV 속 수술실의 실태는 끔찍했다. 출혈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자 권씨를 홀로 지혈한 건 간호조무사였다. 집도의는 자리를 자주 비웠다. 그 사이에도 의료행위는 이어졌다. 환자 상태를 관찰해야 할 간호조무사는 눈화장을 하고 수시로 휴대전화도 썼다. 바닥에 흥건한 피를 대걸레로 닦는 모습도 보였다.
 
수술이 끝난 뒤 회복실에 있던 권씨는 다시 수술대 위에 올라갔다. 마취과 의사가 권씨의 호흡을 살폈다. 이후 성형외과 측은 권씨를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권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응급처치를 받고 심장이 멎은 지 2시간 만에 회복됐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뇌사상태에 빠졌다.  
 
권씨의 어머니는 "수술하는 장면을 500번 넘게 돌려봤어요. 이제 문득문득 그 영상이 눈에 보여요"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의료인에게 수술 영상을 보여주며 당시 권씨의 출혈량이 3500cc였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전문의는 "안면윤곽술을 하면서 (출혈량이) 300~400cc만 되어도 굉장히 비상상황이라고 인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을 대걸레로 닦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지금 너무 충격적이다. 공포영화에서 피가 나오는...지금 대걸레로 닦고 있네요"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씨의 어머니는 '권대희법' 통과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지난 5월 14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하루 만에 철회됐다. 5명의 의원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 뒤 6일 만에 법안은 가까스로 재발의됐다.
 
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실제로 법안을 발의했다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 김진표 민주당 의원 측은 "의사협회에서 엄청나게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수술실에서의 의사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들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에서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 있겠으나, 의사는 직업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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